[전남일보]문화향기·박관서> 전남도립공원 ‘무안갯벌’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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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문화향기·박관서> 전남도립공원 ‘무안갯벌’을 아시나요
박관서 무안학연구소장·시인
  • 입력 : 2023. 05.23(화) 17:25
박관서 시인
날이 급격히 따뜻해졌다. 봄날을 벗어나 여름에 성큼 다가섰다. 코로나도 풀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들이다. 될 수 있으면 내가 먹고 입고 자고 일하는 일상으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싶다. 겨울을 난 나무들이 지난 가을에 떨군 낙엽들 대신 새로운 새싹을 꺼내어 가지가지마다 내어 달듯이 내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연유들이 발목을 잡는다. 가까이 있었으나 바로 보지 못하거나 깊이 보지 못하여 알아보지 못했던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마을이나 동네로부터 이를 총합하는 지자체를 뒤져보면 아련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곳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전라남도에서 지정한 도립공원이다. 월출산, 다도해, 한려해상국립공원과 같은 국립공원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도립공원이라는 말 자체가 좀 생소한 게 사실이다.

전남도에서 지정한 전남도립공원은 다섯곳이다. 해남 두륜산, 장흥 천관산, 순천 조계산과 신안 증도갯벌과 무안갯벌이다. 굴지의 명찰인 대흥사가 있는 해남 두륜산이나 송광사와 선암사로 이어지는 순천 조계산과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일컬어지는 장흥 천관산은 많이 알려진 곳이다.

‘1004섬’이라는 문화예술브랜드 전략으로 오직 물고기를 잡는 오지의 섬마을에서 문화예술이 꽃피는 품격있는 지역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신안군 슬로시티 신안 증도갯벌 역시 잘 알려진 곳이다.

오히려 생소한 곳은 무안 갯벌이다. 무안갯벌이 전남도에서 지정한 도립공원이라는 것을 사실 최근에야 처음 알았다. 재작년에 필자가 사는 승달산 자락 월선리 예술인마을에 대형축사와 풍력발전소가 들어오려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승달산의 도립공원 지정을 촉구했다. 승달산은 무안군 주산으로 그 산맥을 따라 이뤄진 지형이 그대로 무안을 이룬다. 지난 근대화 시기 지역발전 모델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금의 상황에서 여기에 들어오려는 각종 소득증대와 산업발전 시설들은 그대로 승달산을 망가뜨린다.

하지만 그러한 의미는 의미대로 놔두고 여전히 승달산 도립공원 촉진은 메아리 없이 지나갔지만 무안 자연생태환경에 또한 갯벌이 있으며 여기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았다. 지금의 지형으로부터 해발고도가 5∼6m로 수위가 높았던 무렵의 무안은 그대로 하루면 두 번씩 오는 밀물과 썰물이라는 ‘물 때’로 인해 사실 간석지이자 갯벌의 고장이었을 것이었다.

영광과 함평으로부터 시작되는 함해만과 탄도만, 청계와 목포를 돌아 남악과 일로와 몽탄을 타고 오르면서 남해만이라는 큰 바다를 이루었던 예전 무안반도는 그대로 삼면이 바다이면서 승달산맥이라는 산줄기 말고는 논밭이 거의 없는 ‘물안골’ 또는 ‘물아래’라는 뜻의 ‘물아혜’였을 것이다. 먹고사는 일 역시 반농반어였으며 애써 일하지 않으면 편안해지기 어려운 무안(務安)인지도 모른다.

그렇듯이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먹고사는 일은 사람을 이루고 일상을 이루고 생태와 문화를 이룬다. 지상에서 이루어져 버려진 온갖 것들을 최종로 다 받아안아 바다로 돌려 보내는 갯벌은 그래서 무안의 자연생태환경이자 중요한 인문지리적 심상을 이룬다.

겉은 딱딱하거나 질기지만 속은 연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는 게와 조개와 낙지와 짱뚱어 같은 갯벌생물들의 생래적 속성 말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함께 어울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공생공존 다원성은 미래 인류생존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다.

지난 2001년 전국 최초로 제1호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무안갯벌은 함평과 잇대어진 함해만 일대에 17㎞에 이르는 344㎢습지의 대형갯벌이다. 그 중심에 20여년 가까이 무안 갯벌을 연구하며 람사르습지 등록은 물론 무안갯벌 도립공원을 추진한 무안황토갯벌센터가 있다. 이른 여름날이 가기 전 이제 맛이 들기 시작한 낙지와 쭈꾸미, 숭어 등 식도락과 함께 하면 새로운 내가 보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