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3명 중 1명 상생카드 사용… 지원 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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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손님 3명 중 1명 상생카드 사용… 지원 끊는다고”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가보니
정부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시장 상인들 일방적 행정 규탄
광주시 “혜택·물량 논의 예정”
  • 입력 : 2023. 06.07(수) 18:42
  • 송민섭 기자·전해연 인턴기자
7일 오전 9시께 찾은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혜택이 축소되는 것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송민섭 기자.
“세 명 중 한 명은 상생카드를 쓰는데… 손님 줄어들까봐 걱정되네요.”

7일 오전 9시께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혜택이 축소된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곳 말바우 시장은 2만평 규모에 500여개의 상점이 들어 서있다. 이 중 상생카드 가맹점은 67곳이다.

9년째 말바우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순희(66)씨는 지역화폐 예산 삭감을 두고 “상생카드로 과일을 구매하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축소된다니 이해를 못 하겠다”며 “물가 폭등에 손님도 없는데 이것마저 없애면 상인들은 어떻게 장사하나”고 토로했다.

말바우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미희(66)씨는 “지역화폐 말고 전통시장 상인들을 도와주는 정책이 또 뭐가 있냐”며 “확대를 해줘도 모자란 상황에서 축소를 하는 것은 상인들을 더 힘들게 하는 처사.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지역화폐는 지자체 가맹점에서 결제액 일정 비율을 할인해 캐시백 등으로 돌려주는 상품권이다. 10%나 7%등의 할인 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구매하면, 지역 시장이나 점포에서 장을 볼 때 사용할 수 있다. 광주의 경우 7%를 할인해주는 ‘광주 상생카드’를 발행 중이다. 가맹점 숫자도 상당하다. 이날 기준 광주시내 6만7560곳의 상점이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사용 규모도 국비 보조금 지원이 시작된 지난 2019년부터 지금까지 3조1242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행정안전부는 ‘2024년도 예산 요구안’에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삭감했다. 삭감 명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는 추가 지원 유인이 크지 않고 원래 지자체 예산으로 하는 사업’이라는 것이었다. 올해의 경우 6050억원이 편성됐었다.

당연히 지역민들, 특히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창순 말바우시장 상인회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일반 주민들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시장이나 가맹점에 가서 보면 시장 손님들의 30% 정도는 상생카드를 쓴다. 성과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북구 용봉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주한(45)씨도 “요즘같은 불경기에 상생카드로 결제하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지역화폐는 모두 잘 만든 정책이라고 칭찬한다”며 “대형마트는 상품권이 없어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우리 같은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했다.

올해 광주에서 발행하는 상생카드 할인 지원금 예산은 총 874억5600만원이다. 이중 국비로 지원받는 금액은 165억 5600만원이다.

내년 국비 지원이 없으면 지역화폐 운영 예산도 쪼그라들어 할인율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는 상생카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당장 혜택을 축소하거나 발행량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안이 지난번처럼 다시 편성될 수도 있고, 아직 본 예산 편성 전이라서 시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그럼에도 상인들이 많이 찾는 정책인만큼 국비축소에 대한 계획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민섭 기자·전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