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은 무고한 민간인 수천 명이 희생된 역사적 비극이다. 국가 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과 유족의 명예 회복은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과 무관하게 수행돼야 할 시대적 책무다. 그러나 위원회의 일부 민간 위원이 특정 이념 성향을 가진 인물로 구성됐다는 의혹이 지속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유족 대표 중앙위원의 사임 요청이 1년 넘게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운영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위원회가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남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위원 구성의 투명성과 균형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정 정권의 성향에 따라 위원회가 흔들린다면, 과거사 진상규명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지금이라도 위원회는 스스로의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 개편과 절차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위원회가 역사 정의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상규명이 지연되거나 왜곡되면, 고통받는 유족들은 또다시 상처를 입게 된다. 위원회는 그 자체로 ‘기억의 공공기관’이며, 진실과 책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단 한 명의 위원이라도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다면, 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순사건 진상규명법의 제정은 수십 년간 이어진 유족들의 눈물과 외침이 이룬 결실이다. 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위원회는 책임 있는 자세로 남은 임기를 마무리해야 한다. 진실은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사실과 증언 위에 세워져야 한다. 위원회의 전면 재구성 요구는 그 진실의 무게를 다시 묻는 시대적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