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은 부모 눈 피해 밤 보내는 곳"
광주국제교류센터 발행 황당한 영문 잡지 말썽
2009년 05월 12일(화) 00:00
외국인들에게 광주를 알리겠다며 발행된 영문 잡지가 광주지역 모텔을 '젊은이들이 부모의 눈을 피해 밤을 보내는 곳'으로 소개해 말썽이 되고 있다. 잡지를 만들어 배포한 단체는 광주시로부터 운영비 등으로 올해에만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사단법인 광주국제교류센터가 매월 발행하고 있는 영문 잡지 '광주뉴스(Gwangju News)'는 2009년 5월호에 2쪽에 걸쳐 '광주 러브모텔의 외관(Love Motel Facades in Gwangjuㆍ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광주천 주변 모텔들을 소개했다.

'광주에서는 어디서나 러브모텔의 불빛을 볼 수 있다'고 시작한 포토에세이 형태의 기사는 '젊은 커플들이 부모의 감시를 피해 즐겁고 로맨틱한 밤을 보내기 위해 (모텔을)사용한다'고 썼다. '러브모텔은 불륜의 장이 되기도 한다'고도 했다. 이 기사는 이어 광주천 주변 모텔들의 외관을 찍은 사진들과 함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미국인 밀리암 호씨. 하지만 그는 광주에 온지 두 달밖에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문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의 눈에 비친 광주가 아무런 여과 없이 광주를 소개하는 영문 잡지에 실린 것이다.

매월 3000부가 발행되는 '광주 뉴스'는 인천국제공항과 독일ㆍ러시아ㆍ필리핀ㆍ인도 등 한국에 있는 15개국 대사관에 발송된다. 한국관광공사와 전국 주요 공공기관, 대학교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술집이나 식료품점은 물론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해외로도 보내진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재와 내용 모두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무원 김모(38)씨는 "외국인들에게 광주를 알리자는 취지로 발행되고 있는 잡지에서 모텔을 소개한 것도 적절치 못한데 내용도 낯부끄럽다"라면서 "5ㆍ18을 맞아 광주를 찾는 외국인도 평소보다 많아질 텐데 잡지를 본 외국인들이 광주의 모텔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대해 광주국제교류센터 관계자는 "광주 뉴스는 외국인들이 편집을 책임지고 있으며 제작에도 많이 참여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센터에서는 특별한 규제나 관여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아마도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이 특이한 외관을 한 모텔을 소개하기 위해 기사를 작성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간차원의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지난 1999년 설립된 광주국제교류센터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문화답사와 한국어학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1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문 잡지 '광주 뉴스'를 발행, 외국인들에게 광주를 알려오고 있다. 광주시로부터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강현석 기자 hs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