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둔 中, 스모그 퇴치 특단조치
지난 일주일 베이징시
초미세 먼지 기준치 20배 ↑
일부 가시거리 100m 안돼
7일부터 엿새간 특별휴일 선포
2014년 11월 03일(월) 00:00
극심한 스모그에 휩싸인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달 11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길을 걷고 있다. 신화=뉴시스

베이징 시민들이 오는 7일부터 12일 엿새 동안 때 아닌 특별휴일을 만끽하게 됐다. 이유인 즉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때문이다. 1993년 최초 개최이래로 정상회의 기간 동안 개최도시에 6일동안 특별휴일이 선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마라톤을 하는 모습이 보도되는 등 전 세계 언론들이 베이징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베이징의 스모그 심각성을 전면 폭로하면서, 중국 정부는 스모그와의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그 고육책 중 하나로 APEC 기간을 특별휴일로 선포하여 출퇴근 차량을 통제하여 차량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고, 베이징을 포함한 허베이성의 일부 지역에 위치한 철강기업들의 조업을 전면 금지, 140여개의 기업들에게는 감산 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40%이상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오염농도의 정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로 난방 세대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난 일주일 베이징시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500 ㎍/㎥ 을 훌쩍 넘어섰고, 가시거리는 100m도 채 되지 않아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하는 등 최악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최악의 상태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코 앞으로 다가 온 APEC정상회의를 맞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에 중국 정부는 층층이 덮인 스모그로 향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듯 그 어느 때보다도 손님맞이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각국에서 초대된 손님들을 위한 음식준비에 열과 성의를 다 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주 행사장인 국가회의중심에서는 회의기간 동안에만 92차례의 다과회 및 연회를 포함해 모두 140여 차례의 식사가 준비된다. 접대 인원만 7만3000명에 이르고, 중국의 각 지역의 특색요리들을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되어 준비된다. 요리 개발에 참여한 요리사만 200여명에 이르고 행사기간 동안 직접 요리를 만드는 인원은 약 6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손님 맞이 음식뿐만 아니라 각국 국가 정상들을 위한 의전차량도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국가 정상을 위한 의전차량은 600만위안 (한화 약 10억원)짜리 중국산 훙치 L5로 선정되었고 각 차에 배치될 운전기사 50여명도 2개월 가량의 사전 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 배치된다. 또한 APEC 회의장에는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핸 엘리베이터 전문기사 500여명이 대기하여 수시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정상회의를 며칠 앞두고 중국 정부는 11일 0시부터 자정까지 APEC회의장 주변의 무선통신을 전면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해 말부터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신장위구르 자치족을 비롯하여 쿤밍, 베이징 등 중국 지역 곳곳에서 잇따라 테러사건이 발생하여 테러가 중국의 사회 불안요소 중 하나로 급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달 홍콩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의 영향으로 해석 되어 진다. 현재 중국 정부는 스모그뿐만 아니라 테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따라서 지난 27일 개최된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반테러리즘법'을 심의하였고, 대 테러정보센터를 설립하는 등 대 테러 보안수준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APEC정상회의 기간 동안 대외적으로 보다 나은 중국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단발적으로 시행하는 조치들과 손님맞이에 쏟아 붓는 엄청난 노력이 참가국 정상들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길지 중국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며칠 동안 보여지는 중국의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층층이 뒤덮인 잿빛 스모그 속에서 지금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을 위한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강다해 중국 북경대 문화산업 전공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