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차처럼 달려온 삶들… 내 고향은 곡성이라오
[호남인맥] 곡성
2015년 01월 21일(수) 00:00 |
![]()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증기기관차. |
전형적인 농ㆍ산촌인 곡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장수벨트인 구ㆍ곡ㆍ담(구례ㆍ곡성ㆍ담양)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또 전국에서 '범죄없는 마을'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곡성은 심청이야기의 모델이 되는 홍장이야기가 있는 고장으로 고대소설 '심청전', 판소리 '심청가'의 탄생지이자 발원지로서의 역사적 의의를 지닌 고장이다. 지난해까지 14회째 곡성심청축제를 펼치고 있는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또 '섬진강 기차마을'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유홍준(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한 섬진강변의 국도 17호선을 따라 구불구불 달리는 열차 여행은 관광객들에게 멋진 추억과 낭만을 안겨주고 있다.
곡성은 또 천혜의 자연과 후덕한 인심을 바탕으로 '충'(忠)과 '효'(孝)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장절공(壯節公) 신숭겸(申崇謙ㆍ877~927)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대구 팔공산 전투에 참가했다가 후백제군에게 포위를 당해 위험한 상황에 이르자 태조와 용모가 비슷해 왕의 복장을 하고 장렬히 전사한 신숭겸 장군이 곡성군 목사동면 구룡리에서 출생했다. 또 효성에 감동한 도깨비들이 돌로 섬진강 상류 두계천을 막아 어살을 만들어서 많은 고기를 잡아 부모를 봉양했다는 '마천목 장군의 도깨비 살' 전설도 알려져 있다.
'의절(儀節)의 터'인 '청정수도 곡성'도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밀려온 '이촌향도(移村向都)' 현상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1962년 14만 명을 넘어섰던 인구가 2013년말 현재 3만1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서울 등 수도권 곡성출신 향우가 13만명으로 추산된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많은 군민들이 당시 먹거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서울로 올라온 곡성향우들이 수도권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경제인
곡성출신 경제인 가운데는 박상환(58ㆍ오산면ㆍ중앙대ㆍ경희대 관광학 박사) 하나투어 대표이사 회장과 권희석(58ㆍ옥과면ㆍ성균관대 석사) 하나투어 부회장이 함께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여행사를 일군 인물들로 유명하다. 박 회장은 고려ㆍ국일여행사를 거쳐 1993년 국진여행사를 설립했다. 1996년 하나투어로 상호를 변경, 2007년까지 하나투어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지난 2008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2013년에는 제40회 관광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패션ㆍ광고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다 여행업에 눈을 뜨게 됐다. 권 부회장은 국일여행사에서 독립한 중학교 동창인 박상환 현 회장을 만나 지금의 하나투어를 키워 나간 인물이다. 하나투어 관리본부장 전무이사와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하나투어 대표이사 사장, 2012년부터는 하나투어 부회장을 맡고 있다. 권 부회장은 비즈니스호텔사업에도 뛰어들어 센터마크 호텔, 티마크호텔을 설립하기도 했다.
권점주(60ㆍ광주상고ㆍ홍익대) 신한생명 부회장은 신한은행에서 일선 지점장을 거쳐 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 2013년부터 부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08년 은탑산업훈장ㆍ 2012년 한국서비스대상 개인부문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금융인생 40년간의 득심 비결을 밝힌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득심이야기'가 있다.
이준호(70ㆍ광주일고ㆍ전남대) 전 대한화재보험(주)대표이사는 대신증권 대표이사사장을 거쳐 대신투자자문 사장, 하나로종합금융대표이사 부사장, 우리종합금융대표이사 부회장, 골드문벤처홀딩스 회장 등을 역임했다.
선종구(69ㆍ광주일고ㆍ연세대) 전 하이마트 대표이사 회장은 대우전자 인사ㆍ홍보 담당임원을 거쳐 1999년 하이마트 판매본부장을 역임하고 2000년부터 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제10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도 역임했다. 그는 2010년 포브스코리아 대한민국 글로벌 CEO, 2011년 한국광고주협회 광고주가 뽑은 광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종열(74ㆍ석곡면) 관전종합건설 회장은 자수성가한 대표적 기업인이다. 26세 되던 해인 1967년에 상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철공소를 시작으로 철제도매상, 석제공장을 운영하며 성장, 관전종합건설과 봉천한샘학원을 설립하는 등 사업가로 성공한 인물이다. 이 회장은 국조단군곡성숭모회와 곡성섬진강 장학재단에 수천만원씩을 기부했다. 또 고향 어린이들이 보다 넓은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난해까지 13년째 매년 5월이면 모교인 석곡초등 4학년생 전체를 1박2일간 서울로 초청해 서울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8년간 재경곡성군향우회 회장을 맡았고 1억30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향우회관으로 기증하는 등 재경향우들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 회장의 숨은 공로가 알려지면서 곡성군민과 곡성유림들이 힘을 모아 지난 2013년 곡성읍 단군전 앞에 공덕비를 건립해주기도 했다.
박종식(60ㆍ오산면) 노량진수산시장 수산식당 대표는 30년전 서울로 올라와 노량진수산시장 중개인을 오랫동안 하며 노량진수산시장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인물이다. 노량진수산시장내에서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박 대표는 현재 재경곡성군향우회장을 맡고 있다. 또 김용엽(52ㆍ입면) 송월타월 해봉상사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본인의 건물을 갖추고 타월직판장을 크게 운영하고 있고, 김진수(석곡면) 삼원일식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오랫동안 일식집을 운영하며 서울 중구 무교ㆍ다동 번영회장과 한국음식업중앙회 중구지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지역활동에도 열심인 인물이다.
양준호(60) 호정물산(주) 대표이사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사)국가경영전략연구원 운영위원, (사)한국수입업협회 자문위원, (사)부정부패시민연합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재열(54) 마인디자인 대표는 주로 은행사무실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시장 앞에 회사건물이 있고 이 분야에서는 상당한 규모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윤기(64ㆍ목사동면)동명건설 대표이사도 건설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인물로 자유총연맹 송파지부협의회장, 송파시민경찰연합회 회장 등을 맡아 서울 송파구에서 지역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재경곡성군향우회장을 역임했다.
이밖에 김임곤 임성포장중기 대표이사, 한미연합사공지작전처장 출신으로 개인사업을 하는 박영모(69ㆍ오산면) 사장, 박영춘 (주)서울통상공사 대표이사, 이상빈 성전(일식)회장, 이정로 해외실업(주) 사장, 이정천 신다래 일식 대표, 임종권(65)지흥제화 대표이사 등이 곡성출신 경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용만(54ㆍ압록면) 스카이 대표는 재경곡성군향우회 청년회장을 2대째 맡고 있다.
정치인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장병완(63ㆍ곡성읍ㆍ광주일고ㆍ서울대ㆍ중앙대 행정학 박사) 국회의원(광주 남구/새정치민주연합)은 기획예산처에서 성장해 기획예산처장관을 역임했으며, 이후 호남대 총장을 지낸 뒤 18ㆍ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의원으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호남에 새누리당 돌풍을 일으킨 이정현(58ㆍ목사동면ㆍ살레시오고ㆍ동국대) 국회의원(순천ㆍ곡성/새누리당)은 제18대에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고, 이른바 '박심(朴心)'으로 청와대 정무ㆍ홍보수석을 역임하고 지난해 재보선에 출마, 당선됐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역임하고 있다.
원로 정치인으로 정래혁(89ㆍ육사) 전 국방장관이 있다. 정 전 장관은 육사교장, 상공부 장관, 국방부장관, 한전사장, 9ㆍ10ㆍ11대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재경광주전남향우회 제22대 회장도 역임했다.
기초단체장으로는 김영종(61ㆍ석곡중ㆍ조대공전ㆍ서울산업대ㆍ한양대 행정학 박사) 종로구청장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축사로 대한건축학회 정회원이기도 한 김 청장은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 종로지구당 부위원장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국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10년 민선 5기 종로구청장에 당선된 뒤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김정현(55ㆍ서강대)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 전남일보 정치부 기자를 거쳐 민주당 및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쳤으며, 지난해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서구을 지역위원장 공모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문일(68ㆍ남원고ㆍ명지대) 전 한나라당 도당위원장, 동작구의회 의장을 지낸 박완규(70ㆍ삼기면) 동작구의회 5선 의원 등이 있다.
공직ㆍ공공기관
김완기(71ㆍ곡성읍ㆍ광주고) 남도학숙 원장은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34년 만에 광주시 행정부시장(1급)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내무부에서 성장, 기획예산담당관을 거쳐 광주광역시 기획관리실 실장 ,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3년부터 제9대 남도학숙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주섭(68ㆍ광주고ㆍ육사 24기ㆍ명지대 문학박사) 전 국가보훈처장은 육사 출신으로 육군 제35사단 사단장, 육군대학교 총장, 대통령경호실 실장, 국가보훈처 처장, 제2대 한국코치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직 경찰간부로는 평창경찰서장과 서울동대문경찰서장을 지낸 임정섭(60ㆍ고달면ㆍ광주상고ㆍ동국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행정지원과장(총경)이 있고, 인천 국제공항 경찰대장을 지낸 최관호(51ㆍ곡성읍) 경찰청 감사담당관(총경)이 있다.
양은(61ㆍ중앙대) 한국농어촌공사 부사장은 1981년 한국농어촌공사에 입사해 인사복지처장, 제주지역본부장, 농지은행처장, 농지관리겸경영지원본부이사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부사장에 올랐다.
조선제(71) 전 교육부차관은 태촌학원(신성대학)이사장, 대한교원공제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준(55ㆍ옥과면) 사장은 법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뒤 현재는 법원관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언론인
현직 언론인으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오마이뉴스 오연호(50ㆍ순천고ㆍ연세대) 대표이사다. 곡성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닌 오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월간 '말' 기자로 언론에 입문했다. 오 대표는 2000년 오마이뉴스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인터넷 언론을 설립, 미디어계에 새 장을 연 인물이다. 오 대표는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오마이스쿨'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미디어 운동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정현 국회의원의 동생이 이양현 YTN 마케팅국장이다. 이 국장은 1995년 YTN 개국과 함께 기자로 입사해 사회 1부장, 스포츠부장, 편성운영부장을 두루 거쳤다.
스포츠ㆍ예능
스포츠인으로는 지난해 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양궁 국가대표였으며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주현정(33ㆍ광주체고ㆍ현대모비스) 선수가 있다.
또 지난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내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서향순(48ㆍ동명여중ㆍ이화여대) 전 국가대표 선수도 한때 유명했다. 그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올림픽에 출전, 당시 여러 차례 세계 대회를 석권한 선배 김진호 선수를 꺾고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선만호(63ㆍ겸면) 알프스가요학원 원장은 이름난 가수는 아니지만 평생을 노래와 함께 한 인물로 향우회 행사 등 각종행사에서 연주자로 참여하고 있다. 대한불자가수회 사무총장도 역임했다.
가수 한수영(34ㆍ조선대)은 2009년 싱글앨범 '당신의 마음'으로 데뷔했으며, 지난해 제20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성인가요신인상을 수상했다.
강덕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