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서 앞을 향한 모습' 광주 소녀상 눈길
광주시청서 제막식… 위안부 할머니 등 200명 참석
크라우드 펀딩 방식 모금… SNS서 포즈ㆍ크기 결정
크라우드 펀딩 방식 모금… SNS서 포즈ㆍ크기 결정
2015년 08월 17일(월) 00:00 |
젊은이들의 재능기부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광주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광주ㆍ전남 최초의 소녀상으로, 타 지역과 달리 '일어서서 앞을 향한' 모습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4일 오전 10시30분 광주시청 앞 시민숲잔디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동상을 덮고 있던 흰 천이 벗겨지며 모습을 드러낸 소녀상을 시민들은 큰 박수로 반겼다.
이날 행사에는 '소녀상'의 실제 주인공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91) 할머니를 비롯해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 소녀상 제작비 모금을 주도한 '착한 사람들의 모임(착사모)' 정경훈(23)회장, 소녀상을 제작한 안경진(39) 조각가와 시민 20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날 공개된 평화의 소녀상은 20대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건립됐다. 온라인 기반 청년봉사활동단체인 착사모는 지난해 12월 대학생들의 모금으로 이화여대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광주 소녀상 설립을 본격 추진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과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매체를 이용해 익명의 다수에게 후원을 받는 모금활동) 방식으로 모금활동을 펼쳤다. 네티즌 2000여명의 참여로 95일만에 420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건립비를 확보한 착사모는 본격적인 소녀상 제작과 설립 장소 선정에 돌입했다. 페이스북으로 소녀상 모델을 공개모집했고 포즈와 동상의 크기까지 고심끝에 결정했다. 지난 1월에는 소녀상 설립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광주시청 문을 두드렸다. 광주시는 지난 7월 시청 시민 숲 잔디광장에 장소를 내줬다.
제작과정에도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었다. 예비 조각가 염중섭(25ㆍ서울대 조소과 대학원생)씨와 염씨의 선배인 안경진(39) 조각가는 소녀상 제작 프로젝트를 전해듣고 흔쾌히 재능을 기부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안경진 조각가는 "소녀상 제작이 작가가 할 수 있는 큰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 참여했다"며 "작업을 하다보면 작품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는데, 소녀상을 조각할 때는 피해자분들의 아픔과 굳은 의지를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안 조각가는 연단에서 작품 의미를 설명하던 중 대중에게 '소녀상을 한 번씩 안아달라'는 말을 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광주시청에 자리잡은 평화의 소녀상은 다른 지역의 소녀상과 달리 일어선 모습이다. 앉아있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일어나 앞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는 시민들로 하여금 단순히 관람이 아닌 아픈 과거를 직접 위로하고 기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소녀상의 가슴팍에 움켜진 왼손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처참한 날들에 대한 절망ㆍ서러움과 그것을 극복할 의지'를 형상화했다.
정경훈 착사모 회장은 "젊은이들이라고 역사에 관심없는 것이 아니라 참여할 기회가 없어 무관심하게 보여지지 않았나 싶다"며 "소녀상을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과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jh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