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제철기술 품은 '철괴' 대가야박물관 기증
문화유산 해설사 이용호씨
고령 용리유적지서 출토돼
제련로 형태 추정 가능할 듯
2015년 09월 02일(수) 00:00
한국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될 철괴.
한국의 고대 제철기술을 복원하는데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철괴(10.1㎏)가 대가야의 품으로 돌아왔다.

대가야박물관에 따르면 이 철괴는 길이 38㎝, 너비 24㎝, 두께 13㎝ 정도의 크기로써 철광석을 녹여 쇠를 만드는 제련로 바닥의 일부로 보이며 노 바닥에는 철광석이 녹아 완전히 환원된 철 덩어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윗면에는 거품처럼 많은 기포를 가진 슬래그가 부착돼 있다.

그리고 가장자리의 형태가 노의 바닥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양호한 상태로 이는 당시 제련로의 형태를 추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재 상태로는 말각방형 또는 말각장방형의 평면형태의 제련로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 고대 제련로가 일반적으로 원형인 것과 차이가 있고 환원된 철의 상태는 완전히 녹은 선철(銑鐵)의 모양을 보이며 철괴의 양과 슬래그의 상태로 볼 때 어떠한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조업하던 중에 중단된 것으로 판단된다.

대가야박물관 학예연구팀은 "이 철괴가 지난 2003년 11월25일 확인된 고령군 쌍림면 용리에서 고대 철 생산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시 용리 제철유적지에서는 철광석을 녹이는 제련로의 잔해인 노벽편과 제련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인 슬래그(철재), 철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 등이 확인됐고 특히 일본의 전통 제철인 다다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작은 송풍구(送風口)로 확인돼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한국 고대 제철유적에서는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대가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당시 고령 용리 제철유적의 발견은 대가야의 철 생산을 밝히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방송사 및 언론사에서 크게 보도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난 6월29일 고령군에서 문화유산 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용호(63ㆍ쌍림면 합가리) 씨가 제법 크고 무거운 철괴(鐵塊) 하나를 들고 박물관으로 왔다.

이 철괴는 20여 년 전 이 해설사의 삼촌 이재곤(68ㆍ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가 고령군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쌍림면 용리로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발견 보관해 오던 것이었다.

이 못 생긴 녹 덩어리 하나가 가지는 학술적 가치와 의미는 매우 크다.

지금은 알 수 없는 고대 제련로의 규모와 구조를 복원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용리 제철유적에서 사용한 제련의 원료가 사철인지 철광석인지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단계의 품위(品位)를 가진 철을 생산할 수 있었는지 제철기술적인 측면의 검토도 가능하다.

철괴의 표면 곳곳에 동물의 뼈로 추정되는 흰색 물질이 미처 녹지 못하고 그대로 박힌 흔적이 있다. 이를 분석해 만약 동물뼈나 석회질 물질로 밝혀진다면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증거가 된다.

경주에 있는 신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주조에 얽힌 인신공희(人身供犧)의 설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객관적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대가야박물관 관계자는 "이처럼 작은 관심과 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면 신비스런 철의 왕국 대가야의 철 생산 문제를 풀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 기대된다"며 "절차에 따라 이 철괴를 기증 받아 차후 연구 및 분석 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전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글ㆍ사진=대구일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