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음색ㆍ테크닉ㆍ표현력에 감탄
공연 리뷰 민유경 바이올린 독주회
2016년 12월 12일(월) 00:00 |
![]() 바이올리스트 민유경. |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독주회를 준비할 때 작품의 시대가 다른 여러 곡을 연주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민유경씨는 이날 모차르트의 곡만을 모은 특별한 독주회를 선보였다. 연주자가 한 작곡가의 곡만으로 독주회를 한다는 것은, 요리로 비유하자면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기에 다양한 맛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맛이 같다면 계속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민유경씨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먼저 연주의 기본재료인 음색은 최상급이었다. 바이올린의 맑고 깨끗하고, 선명한 음색은 너무 아름답고 힘이 있었다. 관객석의 자리를 중간에서 제일 뒤로 바꿔 앉아도 음량의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피아노의 큰 음향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피아노 소리 사이로 뻗어나오는 바이올린 소리는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연주의 두 번째 재료인 테크닉도 뛰어났다. 왼손의 다양한 포지션 이동이나 활의 여러 현 이동에도 바이올린 소리는 같은 음량과 깨끗한 음정으로 관객들이 음악에 깊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연주의 세 번째 재료인 음악적인 표현력도 아주 좋았다.
현악기는 활을 이용하여 관객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민유경씨는 입담이 좋은 이야기꾼처럼 여러 악장의 곡을 하나로 잘 정리하여 연주를 하였다. 그러는 사이 무엇에 홀린 듯 빠져있다가 어느새 연주가 끝나 박수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곡은 음정, 박자, 리듬이 아닌 그냥 연주자의 선율에 집중해서 즐기는 시간이었다.
민유경씨가 이런 고급 기본 재료들로 만들어낸 모차르트 소나타들은 곡마다 다른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첫 곡은 모차르트보다는 베토벤이나 브람스가 어울릴 듯 힘차고, 밝고, 신났다. 두 번째 곡은 무겁고 우울했고, 여러 짧은 변주로 바이올린의 다양한 테크닉을 잘 보여줬다. 세 번째 곡은 선율이 너무 아름다웠고, 마지막 곡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차르트의 느낌을 가장 많이 가진 곡으로 곡목 선정도 훌륭했지만, 연주의 순서도 잘 짜여있는 게 느껴졌다.
이날 객석에는 초등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전체적인 공연관람예절은 유럽 어느 선진국의 관객과 비교해도 될 만큼 너무 훌륭했고, 연주자도 관객도 모두 만족하는 연주회였던 거 같다.
이날 민유경씨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1712 조셉 과르네리(Joseph Guarnerius) 바이올린이다.
과르네리 바이올린은 과르네리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이 과르네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아마티와 함께 3대 올드 바이올린 장인으로 꼽힌다. 이 과르네리는 40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기 때문에 현재 전 세계에 남아있는 악기가 100~200대 밖에 없다. 이 중 20~30대는 가짜로 추정되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악기도 많기에 여기에 희소성까지 더해져 가격은 거의 부르는 게 값이다. 한 예로 2010년 벨기에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앙리 비외탕이 연주했던 바이올린이 1800만달러(약 210억원)에 매물로 나와 화제가 됐었다.
그럼 악기만 좋으면 모두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나?
답은 '아니다'이다.
아무리 좋은 악기도 연주자의 기량을 도와주는 것이지, 기량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기에, 초보의 바이올린 실력자가 좋은 악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이것은 돼지 목에 진주처럼 필요없는 과소비가 되는 것이다.
즉, 아무리 비싸고 좋은 악기라도 그것을 잘 다룰 줄 아는 명연주자를 만나야 진정한 효과를 발하는 것이다. 민유경씨처럼 말이다.
김수연 광주대 겸임교수ㆍ호남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