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2017년 05월 02일(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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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이다. 광주시민에게는 낯익은 노래일 것이다. 매년 5월이 되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표적인 노래이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작전에 희생된 윤상원씨와 1979년 노동 현장에서 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1981년)을 위한 노래극 '빛의 결혼식' 중 마지막 합창곡으로 작곡됐다. 소설가 황석영이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의 옥중지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썼고, 당시 전남대 재학생이던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광주민주화운동과 노동ㆍ학생운동 진영에서는 1980년 이후 집회 때마다 국민의례에 상응하는 '민중의례'라는 새로운 의례를 만들어 제창했다. 광주시민과 유족들은 매년 5ㆍ18광주민주화추모행사에서 추모곡으로 이 노래를 제창했다. 1997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2008년까지 정부 주관 5ㆍ18 기념식에서는 기념곡으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불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고 식전행사로 밀려 공연단 합창으로 대체됐다. 이후 제창 허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념 간 갈등으로 비화하며 해마다 5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5ㆍ18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군사독재의 폭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희생된 이들을 위해 추모곡을 제창하자는 광주시민들의 요구가 과한 것일까. 광주시민은 이념을 떠나서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5월 영령들을 기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 기념식장에서 모두 함께 부르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는 보훈처가 응답할 때이다.
최동환 사회부 부장대우 dh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