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올해는 목놓아 불러보자
황교안ㆍ박승춘 족집게 사표수리
5ㆍ18 상징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ㆍ제창 '갈등 조장 장본인'
文 "당선땐 기념식 참석해 제창"
2017년 05월 12일(금) 00:00
사랑도, 명예도…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이형석 위원장과 전남도당 이개호 위원장, 송영길 국회의원 등이 1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ㆍ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 분향 한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김양배 기자 ybkim@jn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문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에 앞서 차관급인 국가보훈처장의 사표 수리를 맨 먼저 단행한 것은 박승춘 처장이 지난 9년 동안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고 5ㆍ18정신을 훼손한 장본인으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 제37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으로 보인다. 주관 부처인 국가보훈처도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될 것이란 전제 아래 준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제창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제37주년 5ㆍ18민중항쟁행사위원회가 보낸 올해 기념식 참석 여부에 대한 공개질의서에도 "당선되면 대통령으로서 참여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현장에서 제창하겠다"는 의견의 답변서를 전달했었다.

문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되면 올해 5ㆍ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싶은 사람만 부르던 '합창' 방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굴곡은 박 전 보훈처장이 '종북 프레임'을 씌우며 격화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81년 도청을 사수한 마지막 시민군인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에 처음 불려진 민중가요로, 지난 1997년 매년 5월18일이 5ㆍ18민주화운동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뒤 2008년까지 5ㆍ18기념식장에서 참석자 전원이 제창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듬해 2009년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으로 변경됐고, 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정권서 임명된 이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제창' 방식을 취하라는 여ㆍ야를 비롯한 각계의 요구를 북한 음악이라는 '종북 프레임'을 씌워 막았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당시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공동 제출했었다. 해임촉구 결의안에는 국회의원 과반을 웃도는 163인이 참여했다.

야3당은 해임 사유로 박 전 보훈처장이 "계엄군에 맞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목숨으로 수호한 광주시민을 우롱하고, 군사독재에 항거한 5ㆍ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비하하는 국민 모욕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전 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가로막았다는 지적도 함께였다. 박 전 보훈처장은 취임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민주화 운동을 종북 활동으로 폄하한 DVD 동영상을 배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진창일 기자 cij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