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셀, 위기의 지구촌을 변주하라
제국주의 비판에서 시작
정치색 강한 행사로 진화
'아테네에서 배운다'주제
난민ㆍ빈부차 등 이야기
2017년 06월 27일(화) 00:00
프리드리히 광장에 설치된 파르테논 신전(우)과 우체국이 리모델링 된 전시관에 설치된 조명을 활용한 작품.


카셀 도큐멘타는 전 세계의 가장 앞선 현대미술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전 지구적 이슈와 사회현실에 대한 고발이 여러 전시를 통해 나타났다. 여기에 독일의 깊은 철학적 사유가 덧입혀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카셀 도큐멘타는 1955년 화가 아르놀트 보데의 주도로 창설됐다.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의 제국주의 등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 1970년대 작가 '요셉 보이스'와 대 기획자 '하랄트 제만' 등 급진 사회적 이상과 전위정신을 적극 수용하면서 오늘날 세계 현상을 진단하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미술행사로 진화했다.

올해 주제는 '아테네에서 배운다'이다. 전통에 대한 미학 기조를 유지하면서 서구시각으로만 재단돼 온 현대미술에 동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변방의 미학언어와 역사적 유산들을 수용하려한 흔적이 돋보였다.

이를통해 난민, 인종, 젠더, 빈부차 등으로 형성된 경계와 영역에 대한 성찰, 도발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올해 카셀 도큐멘타는 그리스 아테네 전시를 공동 주최했다. 본 전시에 앞서 아테네 전시(4월~7월16일)를 먼저 개막한 것도 유럽 문명의 고향이자, 현재 지구촌 경제 위기의 단면이 드러난 곳인 변방 그리스에서 미술의 과제와 역할을 고민해 보자는 뜻이다. 본 전시가 열리고 있는 프리드리히 광장의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 옆에는 이런 메시지를 반영하듯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타 미누힌'이 금서들만 모아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재현했다.

금서와 이에 얽힌 역사를 반영하는 오마주로 일제 식민 이후 조선사편찬위원회가 전국 20만 역사서를 불태운 아픈 기억이 오버랩됐다.

이번 전시는 일반 대중과 관객의 관심을 상업성이나 진취적 행보에 주도하는 느낌의 행사들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폴란드 출신의 천재 큐레이터인 '심치크'는 이번 전시 주제를 부각시키고 유럽의 고향이자 세계 경제의 변방 그리스 미술 이미지를 중심으로 지금, 우리, 현재를 알아보자는 취지의 화두를 잘 드러내고 있다.

유일한 한국인인 전시 참여 작가 김수자의 '보따리' 작품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본 전시장의 입구에 설치돼 아시아 변방의 미술이 유럽인의 눈 속에 비추어질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유도하는 듯했다.

1, 2차 대전의 고발 작품이나 세계적 이슈와 현실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형식의 작품이 본전시관을 포함한 중앙역 광장 지하 플랫폼을 개조한 특설관, 우체국이 전시장으로 리모델링 돼 컨벤션 홀처럼 쓰여 지는 전시장들에 산재해 있다.

지난 10일부터 9월 17일까지 열리는 카셀의 미술잔치는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는 동시대 이미지에 얽힌 생각과 과정들을 연출하고 기록한다'는 도큐멘타의 의미를 지구촌 공동체 위기상황이란 현시점에서 새롭게 변주하려는 노력으로 읽혔다.

전시 외에도 부러운 것은 세계적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와 비교된 전시장 환경이었다.

본전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우체국이 리모델링된 도시재생 차원의 전시장은 500여평이 넘었다. 천정고 역시 10m로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 작품, 회화 작품들의 규모는 이미 그 크기만으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역시 비엔날레 전시장과 김대중 컨벤션 홀 등의 세계적 수준의 전시 공간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아내는 전시 컨텐츠의 부재는 글로벌 기준 전시 인력부재의 난맥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시각예술로 특화된 킬러 컨텐츠가 비엔날레라 볼 수도 있지만 급진적 행사 외에도 좀 더 현실이 반영된 국제행사가 특화돼 있어야 한다. 여러 방향의 전시들이 관객들의 각자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고 관광과 접목된 예술의 산업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럽의 수백만 관광객을 일시에 유치하는 그랜드 아트투어처럼 광주전남도 좀 더 도시경쟁력으로 특화된 시각예술에 집중하여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할 행사와 기획들을 늘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 이틀간의 전시 관람을 하고 피곤한 발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은 세계 1위 국제 아트페어인 '스위스 바젤'로 넘어간다.

담양 담빛예술창고 총괄기획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