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2017년 07월 10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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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라고 하는 반딧불이! 어렸을 적 농촌에 살 때였습니다. 여름이면 밤하늘에 깜박깜박 빛을 내며 날아다닌 조그마한 반딧불이가 있었습니다. 그런 반딧불이가 언젠가 부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억조차도 희미합니다. 그래서 추억으로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20세기말 우리나라 전국 곳곳이 개발되고 공장이 지어지고 산업화가 되면서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농촌에서도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없게 됐습니다.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괴물 같은 귀한 존재가 됐습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물가 풀숲입니다. 청정한 곳으로 조용한 곳이 아니면 살지 않습니다. 쾌적한 환경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곤충입니다.
2003년 12월 뉴질랜드 로토루아지질연구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뉴질랜드는 환경적으로 아주 쾌적한 곳입니다. 공장이라고 해 보아야 수력발전소가 유일했습니다. 농산물을 제외한 모든 공산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입니다. 그 때 시간이 있어 관광을 하게 됐습니다. 로토루아지질연구소에 근무하는 한국인 홍윤식 박사 안내로 전남대학교 공학대학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성규 박사와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을 구경하게 됐습니다. 그 동굴은 1887년 마오리족 추장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발광하는 버섯파리 구더기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입니다. 버섯파리 구더기를 반딧불이라고도 하고 개똥벌레라고도 합니다. 와이모토 반딧불동굴 속을 조그마한 배를 타고 돌아보았습니다.
컴컴한 동굴이었습니다. 동굴의 길이는 100여 m 내외 폭은 약 5m 남직 됐습니다. 동굴입구에서 나오는 곳까지 벽에 줄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바닥이 평평하고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동굴 속은 불을 켜지 않아 컴컴했습니다. 볼 수 있는 것은 동굴 천정에 붙어 배 끝 발광기에서 깜박이는 반딧불이 뿐이었습니다.
안내자는 동굴 속에서 말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반딧불이는 소리에 민감해서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등불도 켜지 못하고 배도 동력이 아닌 작대기로 바닥을 짚고 밀거나 벽에 매달아 놓은 줄을 잡아 앞으로 당겨 움직였습니다. 작대기를 옮길 때 나는 찰랑찰랑 물소리 그 외에 그야말로 고요뿐이었습니다.
숨을 죽이고 어둠을 뚫고 동굴을 들어가 빠져 나오는 시간이 불과 10여분이었습니다. 동굴 천정에 너덜너덜 붙어 있는 반딧불이 구경을 하면서 어렸을 적 여름밤 개천 풀잎에 붙어 깜박이는 반딧불이를 잡으러 다녔던 추억을 떠 올렸습니다.
그 흔했던 반딧불이가 뉴질랜드에서 관광 상품으로 세계 각국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새로운 깨달음을,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그런 곤충임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흔치 않은 곤충이라서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반딧불이를 관광 상품으로 보호하는 곳이 생겼습니다.
오염되지 않고 비교적 쾌적하다는 곳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산에 반딧불동산이 그런 곳이고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반디 랜드 환경테마공원이 그런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반딧불이 박재는 물론 여름밤엔 계곡 물가 풀잎 사이 또는 하늘을 날며 깜박이는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오염된 물을 싫어하고, 오염된 공기를 싫어하고, 조용한 곳, 시원한 곳, 습한 곳, 그러면서 따스한 여름을 좋아하는 반딧불이라서 반딧불이가 사는 곳이면 청정한 곳으로, 오염되지 않은 곳으로, 사람이 즐겨 살 수 있는 보다 쾌적한 환경이랍니다.
이젠 산업화가 되기 이전처럼 우리 농촌 또는 도시 근교 어디에서도 여름밤이면 반딧불이를 보고 ●고 함께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반세기 전 그 때처럼 우리나라 농촌 어디서나 반딧불이가 별을 품는 것을 보았으면 합니다.
한정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