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 투쟁으로 역사가 진보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김영집의 고전담론
인도독립운동가, 초대총리
비동맹주의선도자
2017년 08월 11일(금) 00:00
사회 :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8.15 광복절을 앞두고 역사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위해 시대를 뛰어넘는 타임머신 타고 왔다갔다하는 고전담론에 동서양 역사계의 거두님들을 모셨습니다.



신채호 : 요번에 '택시 운전사'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벌써 관객이 5백만명을 넘어다 들었네. 그런데 파란 눈의 목격자인 독일의 위르겐 힌츠 피터 기자와 동행한 '택시운전사'가 본 역사적 사실과 최근 전두환 이순자 자서선의 역사적 사실이 정반대야. 이럴 때 분명하게 전두환의 광주시민 학살이라는 '실증적 사실'을 밝히고, 정의의 심판이 되어야 하는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역사가 아니겠어? 우리나라의 후배 역사학자라는 자들은 뭐하는지 모르겠어, 영화감독 한명만도 못하니….험!



사회 : 아니 제가 할 이야기를 선생님께서….이거 분량 확보하기입니까 하하. 저의 청년시절을 매료시켰던 E.H.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H.카 : 나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썼습니다. 얼마 전에 광주 5ㆍ18의 참여자들이고 목격자들이 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이 증보판을 냈다지요. 전문 역사가들로 아닌 그들은 거짓과 왜곡에 맞서 '객관적 사실'을 밝혀 내기위하여 그간 수동적인 입장에서 사실관계 증명에 주력해 왔다고 봐요. 하지만 이제 역사가들은 그 과거의 사실을 넘어 군부쿠데타 세력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어왔고, 현재까지도 진실을 호도하는 불의의 세력이 퍼뜨리는 가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하여 보다 적극적인 역사해석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자 : 전두환측이 '택시운전사'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카 : 이미 전두환 노태우 재판에서 사실이 증명된거 아닌가요. 그때 사형이 선고되었는데, 사면을 안 해 줬어야 해요. 독일에서는'히틀러도 잘 한 일이 있다'고 전범을 옹호하면 처벌을 받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치를 위해 일한 요리사도 찾아내서 '살인방조죄'로 기소했습니다. 친일파도 청산 못하고, 독재살인자도 사면하고 그러니 이런 일이 반복되지요. 제 역사기준으로는 전두환같은 자들은 바른 역사를 위해 다시 기소해야 한다고 봐요.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 가치판단을 통해 보다 나은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열어나가는 것입니다. 네루 총리야 말로 그런 역사를 몸으로 실천해 온 지도자라고 봅니다.



네루 : 과찬의 말씀입니다. 사실 어찌 보면 나도 꼭 성공한 사람은 아닙니다. 나는 영국으로부터 인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중 아홉 번이나 체포되었고 10여년간의 감옥 생활을 한 이른바 빵잽이입니다. 독립 후 독립인도의 첫 총리가 되었습니다만 세상은 제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파키스탄을 포용하지 못했고 종교적 종파주의를 해결하지 못했고, 경제개발등 수많은 국내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어요. 독립운동시절에 맨날 감옥에나 들락거려 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뭐 좀 쓸 만한 일 좀 해보고자 해서 딸에게 역사에 대한 옥중편지를 보냈는데 '세계사 편력'이 그것입니다.

학살자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제국주의의 학살을 증오합니다. 1919년 영국의 인도인 학살에 분노해 독립운동에 뛰어 들었지요. 일본의 남경대학살, 관동대지진시 조선인학살등 수많은 학살에 대해 지금이라도 사실규명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채호 : 네루 선생! 좋은 책입니다만 그 '세계사 편력'에서 조선이 중국에서 건너 간 사람들에 의해 '기자조선'이 이루어졌다고 했는데 그것은 틀린 이야기요. 그것이 중화사대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쓴 식민사관이라오. 내가 쓴'조선상고사'에 조선은 대단군조선이 근원이라는 걸 증명했오.



네루 : 아! 죄송합니다. 나도 서양중심의 역사를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싸워왔습니만 중국 자료만 보다보니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맞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의 사관을 가지고 어떻게 민족을 독립시킬 수 있습니까?



사회자 : 역사적 사실왜곡은 용서할 수 없다는 세분의 말씀이 뜨겁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역사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요?



카 : 저의 역사관은 한마디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대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역사란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해석이고 이를 통해 현재의 할 일과 미래를 전망하는 것입니다. ‘역사는 힘차게 굴러가는 마차로,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며, 진보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 책이 한국에서 한때 불온도서로 금서가 되고, 그걸 봤다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했다는 영화 '변호인'에서의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신채호 : 더 한심한 존재들 많아. 지금도 일본의 식민화가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식민사학에 물든 미친놈들이 있으니까. 나는 조선상고사 총론에서 '역사란 인류사회의 아와 비아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발전하고 공간적으로 확대되는 심적 활동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고 역사를 정의했네. 아는 역사의 주체요 비아는 비주체라 할 수 있지. 비주체와 싸워 주체를 세우는 것이 역사야. 실증사학 어쩌고 저쩌고 하는 놈들은 일제 식민체제에 동조하는 식민사학자들이고 나는 이런 식민사학으로부터 민족주의 사학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했다네. 지금 북한에서 말하는 주체사상 이런 거하고는 달라.



네루 : 나는 '역사란 지배와 피지배자의 대립과 투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그 속에서 보통사람인 국민들이 역사를 만들어 가지. 역사상 수많은 왕과 통치자들, 귀족, 자본가 등의 지배계급들이 존재했지만 결국 피지배자들이었던 민족과 민중들의 투쟁을 통해 역사가 진보되어 온 것이 내가 쓴 세계사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이 '국민의 정부'라고 정부이름을 지은 것은 참 잘했어요. 주권자인 국민이 역사의 주체입니다.



사회자 : 세분의 의미 깊은 역사정의 잘 들었습니다. 세분은 사상적으로 사회주의자였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런데 모두 급진적이거나 공산당은 아니더군요.



신채호 : 누가 나보고 사회주의자래? 나는 민족주의자이고 어느 면에서 아나키즘이지...



카 : 저도 알부남(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파시즘 독일에 대한 견제를 위속서도 러시아 소비에트에 대해 무조건 대립해서는 안된다는게 제 생각이고, 제 말만 들었어도 동서냉전은 훨씬 완화되었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공산당이니 소련첩자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조갑제씨가 지금도 그렇게 떠든다죠. 한심한 사람들입니다. 나는 러시아사 전문가이자, 현실주의적 역사가일 뿐입니다.



네루 : 나는 젊은 시절부터 사회주의자를 자처했고 러시아혁명을 옹호했지요. 그러나 인도의 특수한 상황에서 공산주의는 맞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내 사회주의는 협동을 중시하는 영국의 페이비언 사회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일체의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자본과 사회주의 진영 모두에게 서지 않고 민족중심의 비동맹회의를 주도하자 사람들은 나에게 네루주의라는 이름을 주기도 했지요.



사회자 : 할 말은 많은데 지면이 부족하군요. 마지막으로 굵고 짧게 한 말씀 남겨 주십시오.



신채호 :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조선상고사)



네루 : '낡은 제방의 붕괴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의 진보를 의미한다. 인간 정신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때 언제나 더욱 높아지고 확대된다'.(세계사편력)



카 : '과거는 배가 불러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배가 부르기 위해 따지는 것.'(역사란 무엇인가)



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 인문학 시민기자 지역미래연구원 원장 김영집의 고전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