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문화중심도시 꿈꾸는 광주, 어디로 가야할까
문화, 이제 경제다<16ㆍ끝> 에필로그
국가경쟁력까지 좌우하며
도시 브랜드가 되는 '문화'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가경쟁력까지 좌우하며
도시 브랜드가 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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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5일(월) 00:00 |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
문화가 도시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 문화자원과 이벤트를 갖추고 있느냐가 도시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도시를 뛰어넘는 국가의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는 더 무시할 수 없는 현실 흐름이다. 광주는 문화자산이 상당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자산이고, 경쟁력이다. 그만큼 문화적 매력이 풍부한 광주이고, 부산과 전주 등 국내도시는 물론 도쿄와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문화전략을 살펴본 이유다.
●문화 통한 '도시재생'
부산이 주는 교훈은 지역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삶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자 유휴공간의 새로운 발견인 또따또가와 감만창의문화촌도 예술가들과 지역민들간의 교류가 계속 이어졌다. 예술로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방법을 택했다. 예술가들은 지역문화의 재발견과 도시 재생의 목적을 갖고 시각과 문화, 공연, 커뮤니티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열어가고 있었다. '골목 광고 만들기', '시민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나눔축전 등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문화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시에서도 작업실을 벗어나 지역민과 함께 하는 예술가 육성 지원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광주에도 곳곳에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을 마련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소촌 아트팩토리 등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치구마다 예술가들에게는 문화예술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시민들은 이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역 내 전통, 자연, 음식 등 다양한 문화자원들도 많다. 이를 활용하고 경제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먼저 지역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문화 활동들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
부산발전연구원 오재환 실장은 "문화가 갖고 있는 힘이 앞으로 도시가 갖고 있는 도시 회복력에 있어서 그 역할이 상당하다"며 "문화를 작은 단위로 쪼개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마련한다면 삶이 곧 문화가 되고, 이는 곧 사람을 끌어모으며 또 다른 경제선순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는 전통문화자산을 통해 '아시아 문화심장터'를 꿈꾸고 있다. 전주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시재생을 통한 명품도시다. 기존의 부수고 새롭게 짓는 도시개발이 아닌 '재생'에 주목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문화자산이다.
전주시 유경수 기획팀장은 "전주는 조선뿐만 아니라 후백제 도읍지로서 역사가 상당하다. 그러나 문화재를 발굴하지 못하고 개발위주 행정으로 많은 문화재가 훼손된 것도 사실"이라며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문화심장터 프로젝트'는 전주를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미 한옥마을의 성공을 경험한 전주이기도 하다. 전주한옥마을은 손에 꼽히는 도시재생 성공사례다. 지난해 774만명이 넘는 이가 한옥마을을 찾았다. 2015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세계적 여행서 '론리플리닛'이 선정한 '아시아 3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전주 한옥마을은 역사와 문화자 등 순 한국적 전통문화관광 상품을 앞세워 전주를 세계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주 한옥마을의 성공은 전주가 꿈꾸는 '아시아 문화심장터'의 동력이기도 하다.
●예술가와 지역민 함께하는 삶
런던은 지역민과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탄생시키면서 지금까지 문화를 통해 경제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온 예술가들을 지역민들은 기꺼이 받아줬고, 예술가 또한 개인활동과 함께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런던의 바비칸센터와 테이트모던은 물론 헤크니와 쇼디치 등 지역 전체를 예술가와 지역민 그리고 관광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민이 쉽고, 질 좋은 문화 콘텐츠를 값싸게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투자를 진행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공간으로서 예술가와 지역민들의 소통을 돕는 미술관이다.
또 범죄형성지역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가득했던 쇼디치와 헤크니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던 것도 문화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과 지역민, 그리고 협동조합이 힘을 모아 질서있는 그래비티를 통해 마을 전체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우리의 벽화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었다. 변화는 곧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콘텐츠로 자리잡았고, 입소문이 나고 관광객이 늘자 상권이 늘어나면서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
런던의 지역공동체인 쇼디치 개발신탁과 해크니 협동조합은 지역내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아냈다. 쇼디치 개발신탁은 지역 청년들에게 친환경 요리사 교육을 시키고, 식당 수익금을 지역 사업에, 해크니 협동조합은 정부와 기업 임대, 그리고 기부로 마련한 건물을 재임대해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 문화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이뤘다.
●정체성 담은 문화 필요성
이웃 나라 일본 도쿄는 '세계적인 예술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무엇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다양한 문화프그램을 진행하는 등 문화도시 도쿄를 세계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
'Arts Council Tokyo(아트 카운슬 도쿄)'가 대표적이다. 아트 카운슬 도쿄는 도쿄 예술문화 정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예술문화 단체와 민간 단체, NPO 등과 협력해 도쿄 예술문화 창조에 박차를 가하고, 도쿄의 매력을 키우고자 만든 조직이다. 국제 도시 도쿄에 걸맞은 개성 넘치는 예술문화를 창조하고, 창의성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지역사회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또 예술문화 활동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예술문화의 창조를 위한 체계 및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롯본기 아트 트라이앵글'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문화예술 특구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때는 환락가였던 롯본기를 이제는 도쿄의 대표적 문활의 거리로 탈바꿈 시켰다는 점이다. 산토리 뮤지엄, 모리 미술관, 도쿄 국립 신 미술관이 중심이 된 롯본기 아트 트라이앵글은 롯본기를 볼거리가 풍부한 문화지역으로 다시금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세곳의 미술관은 해마다 '롯본기 아트 나이트' 행사를 열고 있다. 2009년부터다. 롯본기 전역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로, 지난해에는 60만명이 넘게 찾는 등 도쿄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롯본기 아트 트라이앵글은 '민(民)'이 주도한 문화운도에 '관(官)'이 결합한 형태라는 사실이다.
모리아트센터 타키 나오미씨는 "롯본기 트라이앵글은 세미술관이 자연스럽게 롯본기에 자리잡으면서 형성된 문화특구이지만, 지금은 도쿄도나 문화청이 결합해 '아트도쿄'라는 새로운 도시의 이미지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3331 아트 치요다'가 던지는 의미도 비슷하다.
'3331 아트 치요다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공공 아트 센터로 탈바꿈시킨 공간이다. 왠지 어렵기만 할 것 같은 예술 분야의 장벽을 깨고 일반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이 스며들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한 학교'로, 도심 속 공공 아트센터로 자리잡았다.
운영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조금은 낯선 '민설민영(民設民營)' 방식이다. '민설민영'은 공공의 지원을 받지 않고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공공의 재정에 기대지 않으니 그만큼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관의 입장에서는 폐교를 활용해 지역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켤 줄 수 있는 장점이다. 더욱이 운영을 맡는 민간으로부터 매년 건물 임대료까지 받을 수 있어 구 재정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도쿄가 대도시여서 결고 방문객이 많고 흑자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운영으로 많은 지역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에 힘을 기울인 덕이다." 3331 아트 치요다를 운영하고 있는 나카무라 마사토씨의 조언이다.
그는 "'문화', 어느 한 순간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누가 더 잘했다며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간을 갖고 다름을 인정하고, 정체성을 담은 문화를 지역민과 함께 끌고 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홍성장 기자ㆍ강송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