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판사로 봉사의 길 선택한 박보영 전 대법관
순천 출신…여수시법원 판사 임명
2018년 08월 29일(수) 21:00

 박보영 전 대법관(57.사법연수원 16기)이 ‘시골 판사’를 자원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법원은 어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음 달 1일 자로 박 전 대법관을 원로법관에 임명하고,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의 1심 소액사건 전담 판사로 전보했다고 밝혔다. 대법관 출신이 소송액 3000만 원 이하 사건을 다루는 시.군법원 판사로 가는 것은 한국 사법부 70년 역사에서 박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박 전 대법관의 시골 판사 자원은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봉사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개업과 동시에 대형 로펌에 영입돼 고액 수임료를 받는다. 대법원 상고 사건에 직접 변론을 하지 않고 선임계에 이름만 올려도 도장값으로 수천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예우에 따른 고액 수임료가 말썽이 돼 국무총리에 지명됐다가 낙마한 전직 대법관도 있다. 박 전 대법관은 그 길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박 전 대법관은 우리 고장 순천 출신의 인재다. 순천남초등-순천여중을 거쳐 전주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부장판사를 지내고 200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가사 분쟁에 힘을 쏟아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사사건 전문가로 불렸다. 여성 대법관으로는 김영란(62.10기).전수안(66.8기) 전 대법관에 이어 2012년 3번째로 임명됐다. 올 1월 퇴임한 뒤 변호사 개업 대신 사법연수원과 한양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박 전 대법관의 시골행은 돈과 영화 대신 봉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후배 법관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행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땅에 떨어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앞으로도 시골 판사를 자원해서 봉사하는 대법관 출신이 더 나와야 한다. 국회의원.장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들도 퇴임 후 고향이나 시골에 내려가서 봉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