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도 오장(五臟)따라
대인당한약방 양동선의 한방칼럼
2018년 12월 05일(수) 16:37

현대의학에서는 비장(脾臟)을 그렇게 중요한 장기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비장을 아주 중요한 장기로 보고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소화장기를 위장으로 보는 반면 한의학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비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흔히 비위가 좋지 않다, 비위가 약하다 하는 말을 많이 쓰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명의로 알려진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는 '비장의 기운이 입으로 통하니 능히 오곡의 맛을 다 알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즉 비장에 열이 있으면 입에서 항상 단맛이나 혹은 목구멍에서 비린내가 날 수도 있으며, 비장이 허하면 입에서 항상 담담한(淡淡·밍밍한) 맛만 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장의 나쁜 기운이 정상적인 맛이 입맛을 버려 놓는다면 어떻게 할까?

여기에 대한 답은 아주 쉽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비장의 열(熱)을 내려준다면 금방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16세 고등학생과 그 어머니가 한약방을 찾아왔다.

먼저 이 학생의 사주오행을 자세히보니 약간 특이한 데가 있었다. 흙 토(土)가 5개나 되는데 토를 생해주는 화(火)가 1개 있어 온통 사주가 흑으로 돼 있다.

무엇이나 과한 것은 병이 되는 법이다. 토(土)는 우리 몸에 장기로는 비위(脾胃)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대뜸, "사모님, 이 학생은 지금 비(脾)위장이 약하고 열이 많아서 입에서 늘 단 냄새가 나고 소화 불량이 돼 공부에 지장이 많겠으니, 그에 대한 약재를 복용토록 해주면 좋겠습니다"고 넌지시 말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학생의 어머니는 "선생님, 실은 이 애가 너무나 밥을 잘 안 먹고 입에서 무슨 냄새를 풍기고 자주 배를 쓰다듬고 해서 그 때문에 데리고 왔습니다"고 하는 것이다.

순간 필자의 예측이 적중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다음과 같은 약재를 권해 보았다. 황금과 황련, 치자, 석고, 백작약이다.

이 중에 우선 석고의 약성을 한번 알아보자.

석고(石膏)는 특히 비장과 위장에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매우 좋은 약재다. 또 진액을 생성하고 갈증을 멈추게 하는 작용이 있어 고열과 함께 갈증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을 심하게 할 때 효과가 있다.

또 몸에 열이 심해져서 나타나는 두통과 치통에도 효과가 있으며 근래에는 유행성 B형뇌염, 유행성 척수막염, 폐렴 등에도 이용 된다. 따라서 해독 작용, 면역 작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김화선 기자 hwasu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