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3일(목) 15:53 |
화순 출신 오지호 화백은 국내 서양화단에서 가장 전통적인 인상파 화가다. 서울 휘문고 재학시절 나혜석의 유화 '농가'를 감상하고 그림에 눈을 뜬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으로부터 미술을 배웠다. 동경 미술학교 졸업 후에는 미술을 통해 민족사상을 전파했으며, 월북작가 김주경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컬러 화집을 발간해 한국 회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해방 후에는 광주로 귀향해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창설을 주도한 그는 화가, 교수 외에도 글쓰는 작가로도 활동했다. 한자폐지반대운동에 앞장서 한자 혼용된 초등학교 1,2학년 국어교과서를 자비로 출간하고, 국어학 논문집을 발행했다. 아내와의 유럽여행은 '유럽화단의 황혼'이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에 3회에 걸쳐 게재되기도 했다.
한국 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오지호 화백의 예술혼을 한데 모은 글과 그림이 망라된다.
은암미술관은 광주문화재단과 공동주관으로 4일부터 13일까지 오지호 화백의 화업과 주요활동을 재조명한 '오지호 미술 아카이브 : '팔레트 위의 철학''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오 화백을 연구해 온 김허경씨가 기획했다. 김씨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선도자이자 광주 서양화단 1세대로서 활동을 펼쳤던 오지호 화백의 생애와 관련 자료에 주목해왔다. 이번전시는 오 화백 탄생 95 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예술 활동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의 부제 '팔레트 위의 철학'은 오지호 화백의 자녀 오난희, 오순영이 신문, 화집, 팸플릿, 논문집을 정리해 발행했던 '빛과 색채의 화가, 모후산인 오지호·팔레트 위의 철학'(1999)의 책 제목에서 발췌해 전시형태로 오마주했다.
전시는 총 4개의 영역으로 구성해 제1섹션은 서양화 입문기, 인상주의 천착기로 오지호의 성장기와 동경미술학교 시절, 귀국 후 민족주의 미술운동 단체 '녹향회(綠鄕會)' 활동과 한국 최초의 원색화집 '오지호·김주경 이인화집二人畵集'(1938) 발간에 관한 실물자료를 제공한다. 제2섹션은 해방과 한국전쟁기 직후에 이루어진 첫 개인전 '오지호화백작품전'(1948)과 서양화가로서 유일하게 제작한 불교회화 '아미타후불탱화'(1954)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제3섹션은 미술비평과 교육론을 바탕으로 신문기사, 작가 노트, 서신, 브로슈어, 도록 등 과거의 매체를 현재의 맥락에서 재조명하도록 구성했다. 제4섹션은 인물사진, 풍경화, 구술 영상과 더불어 지산동 작업실을 재연한 입체적인 공간이다.
전시 기획자 김허경씨는 "오지호가 남긴 기록물의 궤적을 면면히 살펴보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예술가의 화업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오늘날 회복돼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환기한다"라고 전했다.
전시 세미나는 "한국 서양화단의 거목-오지호의 삶과 화업"을 주제로 4일 오후 2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다.
오지호 화백 생전모습. 임응식 사진 아카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