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증심사길로 떠나는 미술관 여름휴가
무등현대미술관 24일까지 손은영 개인전
드영미술관 27일까지 김수진 청년작가 전
우제길미술관 17일까지 이영숙 개인전 등
“운림동 미술관 거리…도보로 30분 소요”
2023년 08월 16일(수) 17:17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손은영 개인전 ‘집으로’의 모습. 도선인 기자
광주 동구 증심사길에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작품을 감상하며 무더위를 식히는 ‘일석이조’ 여름휴가를 즐겨보자. 증심사길은 도보 30분 거리에 무등현대미술관, 드영미술관, 우제길미술관을 비롯해 갤러리, 공방 등이 밀집해 있어 ‘운림동 미술관 거리’라고도 불린다. 특히 대표 3개 미술관에서 한참 진행 중인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한 색감의 개인전이 휴양객들의 맘을 사로 잡는다.

먼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손은영 개인전 ‘집으로’가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집’을 모티브로 해 자신만의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회화작 27점을 선보인다. 그는 유년시절 아버지와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마음 깊은 곳에 깃들어 있는 ‘집’을 강렬하면서도 온화한 색채 그리고 추상적이면서 동화적인 묘사로 그려낸다.

특히 몇몇 작품에서 집과 함께 화폭에 그려진 대형의 눈과 코, 사람의 형상은 옛날에 대한 그리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 막바지로 다가갈수록 집의 그림은 점점 형상이 희미해져 완전한 추상이 된다. 마치 몬드리안의 그림을 한국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 마지막 작품 ‘집으로’가 깊은 여운을 준다.

손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현재 (사)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갤러리1989 개인전, 2020년 서경갤러리 초대전 등을 진행했으며 2018년 서울미술대상전 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드영미술관 2023 청년작가 기획전 ‘푸른 공생자들’ 포스터.
무등현대미술관 바로 뒤편에는 붉은 벽돌 건물인 드영미술관이 있다. 드영미술관에서는 김수진 작가가 참여하는 2023 청년작가 기획전 ‘푸른 공생자들’이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김 작가는 자주 방문하는 무등산을 모티브로 해 당시의 개인적 사유나 심상에 따라 다르게 와닿는 자연풍경을 작가만의 시각언어로 재해석했다. 특히 이번 전시작품에서 관찰되는 특유의 강한 붓 자국과 함께 겹겹이 쌓인 여러 색채가 감상의 묘미다. 갤러리에서 마치 산의 계곡에 온 듯한 심상을 느낀다.

드영미술관의 청년작가 기획전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위해 마련한 공모전시로 1차 서류, 2차 포트폴리오로 진행된 심사에서 김 작가가 ‘올해의 청년작가’로 최종 선정됐다.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개인전 5회를 비롯해 성남아트센터 갤러리808, 양림골목비엔날레,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우제길미술관에서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이영숙 초대전 ‘엔트로피섬’의 모습. 도선인 기자
발길을 아래쪽으로 옮기면 광주·전남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우제길미술관이 나온다. 우제길미술관에서는 이영숙 초대전 ‘엔트로피섬’이 17일까지 이어진다. 이영숙 작가는 엔트로피의 미적 기호화를 통해 추상화를 그린다. 엔트로피는 ‘무질서한 정도’를 뜻하는 말인데, 이 작가는 땅에 있는 수많은 돌, 만발한 동백꽃이 우수수 떨어진 곳, 폭우가 들이닥쳐 휩쓸고 간 자리 등에서 엔트로피를 발견하고 이를 화폭에 묘사해낸다. 그는 재현을 포기함으로써 재현할 수 없는 것의 존재를 비로소 드러낸다. 특히 영롱한 수많은 돌멩이를 얹어 완성한 회화작품 ‘연기암 계곡’, ‘밤의 엔트로피’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그림의 분위기가 여름의 싱그러움과 닿아 있다.

이 작가는 조선대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박사과정을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 단체전 20회 등의 경력이 있다. 또 신미술대전과 전통미술대전에서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우제길미술관은 이영숙 초대전이 마무리 되는 대로 하반기 기획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