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작가에세이·오소후>“사람은 늘 희망적인 존재다”
오소후 시인·한국예술문화명인
2023년 09월 21일(목) 12:39
오소후 시인
키스 헤링은 말했다. 그의 그림은 인간의 고리로 엮이고 이어지고 손에 손을 잡고 마치 강강술레 원을 만든다. 공리공생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떤 작품도 사람 그 아름다운 존재를 인식하지 않은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두 화가의 작품전에 왔다. 오늘은 뱅크시 작품에 집중하려고 한다. 거리 미술 화가 뱅크시는 재빠르고 눈치 있고 센스가 넘치는 붓질을 한다. 영국화가 사회운동가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 어느 벽에, 파리 미국 뉴욕 소화전과 청소부, 공중전화부스와 유랑아들 아니 첩보원들을 그리고 예술테러리스트라고도 분류한다. 풍선과 소녀 시리즈 ‘Girl without balloon 2021 풍선 없는 소녀’, ‘풍선을 든 소녀 Love with Girl 2006’, ‘Love is in the Bin 2018 사랑은 쓰레기통에’ 바로 이 작품이 WAT is DADA에 대한 답이라고 말한다.

예술적 충격(Art Attack)이라는 표현을 썼다. 쇼더비 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운 일이다. 쇼더비 경매장 낙찰 작품이 결정을 알리는 망치를 두드리자 액자에서 작품이 주르룩 흘러내린다. ‘나는 망치소리에 작품이 잘못되어 액자 밑으로 흘러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전문가의 말이다. “CEO 그리고 법무팀도 골치가 아팠지요.” 결국 3년 후 소더비 경매회사 역사에도 처음 있는 일로 세계를 주목시켜서 관람객이 줄을 섰다. 관람객들은 거리가 멀어도 비가 내려도 작은 소녀가 빨강 풍선을 놓치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과정을 보러 몰려왔다.

풍선이 날아가고 아이는 망연자실 서있는데 작품이 파쇄된다. 줄줄이 종이가 잘리어져 액자 밖으로 흘러내린다. 그림의 절반 쯤 내려와 멈춘다. 마치 굵은 국수가닥처럼 흘러내리다가 정지된다. 그림 전체로 보면 액자 밖에 1/3 그리고 놓친 빨간 풍선과 아이의 얼굴 시선은 풍선에 꽂힌채….그러면 또 윗 쪽 1/3은 액자 민낯이 드러나고 액자에는 정작 아이 머리와 풍선만 그림으로 남아있다.

알렉스 브렉식 소더비 현대미술 책임자는 ‘소더비 경매회사는 뱅크시 당했다’는 웃음에 이어 모두 이 순간을 기억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소더비 아시아 회장은 말한다. “또 다른 미술품으로 탈바꿈한 작품”이라고. 작품이 파쇄 되고 3년 후 2021년이다. 보안 유리 안에 보관되어 모네 그림과 나란히 걸렸다는 그 그림 앞에 서 있다.

인천공항 가까이 파라다이스씨티호텔 아트스패이스에서 뱅크시 그림을 전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틀 전부터 인천살이를 했다. 파쇄의 작가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을 파쇄기에 넣어 버릴 듯 미리 장치를 버튼을 붙였다고 한다. 쥐처럼 이 기발한 낯설기 비약의 아이디어는 용기가 필요 했을 것이다. 고양이처럼 발칙하고 재빠른 행동은 여러 가지 곤혹스런 문제를 묵살한 혁신의 한 생각에 충실했다. 런던 소더비에서 ‘위임받은 의회 Devoled Paliarment 2019년’을 보라. 위임 받은 자리에 앉은 원숭이들이 회의를 한다. 현실이 직시되는 작품의 이미지가 섬뜩하다. 한편 그는 얼마나 따뜻한 창작자인가. 그는 이미 신화 아이콘을 달았다. 영국 공공 의료서비스에 수익을 기부할 목적으로 경매에 오른 2021년 3월 ‘Game Changer 게임 채인저’에서 느낄 수 있다. 뱅크시는 “표현의 수, 상자를 부술 것, 그 일을 하기 위해 엄청나게 날카로운 칼을 챙길 것” 이런 팁을 주었다.

이 말들을 되새기며 부처와 예수 그리고 공자 그들의 고행의 정점을 바짝 가깝게 끌어 와서 들여다보았다. 똑같은 코드로 풀어 갈 수 있다. 과일이 익어 저절로 터지듯이 보통사람이 행동할 수없는 경계에서 이 시대를 이끌고 갈 아이디어가 절로 떠오르는 이치가 아닐까.

21세기에 가장 성공적인 행위예술의 기록이기도 하다. ‘Love is in the Air 2006 사랑은 공중에’ 꽃다발을 공중에 야구선수가 공을 던지듯 사랑을 던지는 그림은 사랑을 향해서 아니면 버리듯 던지는 걸까. 이어 ‘Love is in the Bin 2018 사랑은 쓰레기통에’가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행위예술의 기록이라고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술사의 일부가 된 작품을 관람하고 사람은 늘 희망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뛰어 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그림 ’Arrow Head 2009‘의 빨간 화살촉을 이마에 맞은 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