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학수>반려동물, 사랑하는 마음만큼 이웃도 배려해야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와 보일러 없이 겨울나기 중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필자가 강의 시작 전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 갖는 밸런스게임 질문 중 하나다. 밸런스게임은 고르기 힘든 두가지 선택지 중 한 가지를 꼭 골라야만 하는 게임으로 현실에선 마주하기 힘든 상황들도 많아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서로의 가치관도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중에 더 좋아하는 동물은?”과 같은 질문도 있다. 그러면 평균적으로 교육생 중 70%이상이 강아지를 선택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필자에겐 다소 아쉬운 결과지만 말이다. 사실 고양이는 집안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크게 손이 가지 않는다. 강아지처럼 매일 산책을 시켜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자 반려견을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유모차에 태운 작은 강아지부터 길 가다 우연히 만나면 흠칫 놀랄 정도로 덩치가 큰 대형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아파트 주변 공원 한 쪽은 으레 반려견들과 견주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 인구수로 따지면 1,26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가히 반려동물 천만 시대로 불릴만하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바로 그것이다. 길거리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목줄도 하지 않은 채 아무데나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입마개도 하지 않은 대형견들도 가끔 있다. 특히 공원 여기저기 그냥 방치되어 있는 반려견들의 배설물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이건 아니다.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의 반려’ 못지않게 ‘더불어 사는 이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큼 이웃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의식을 갖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