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박안수>스포츠가 주는 환희와 감동
박안수 경제학박사·남광주농협 사외이사
2024년 08월 08일(목) 17:44
박안수 칼럼니스트·경제학박사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다 함께’라는 올림픽의 모토(정신)로 지금 프랑스 파리에서는 서른 세 번째를 맞는 하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시끄러운 지구촌에서 맛보는 그야말로 행복한 축제다. 파리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에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고 올해 또 다시 올림픽을 열고 있다.

몇 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총감독을 맡았던 송승환 감독은 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은 개회식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고 했다. 특히 개회식 마지막 성화주자에 대한 상징성과 점화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고, 기상천외한 ‘드론점화’를 시도해 인류에 큰 감동을 안겼다.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소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있었지만 파리도 수질논란의 중심에 섰던 파리의 센강에서 배를 타고 입장하는 장면으로 친환경 올림픽의 의지를 보여줬다. 최종 성화주자와 성화대도 메인스타디움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칼 루이스, 세리나 윌리엄스, 코마비치 등 세계적인 선수에 이어 육상의 마리호세 페렉과 유도의 데디 르네르가 공동으로 열기구에 올라 성화대에 점화를 했다. 희귀병인 전신근육강직인간증후군을 앓고 있는 캐나다 출신 가수 셀린디옹의 ‘푸른 하늘이 무너질 수 있어요 땅도 무너질지 몰라요 당신이 날 사랑하든 상관없어요. 세상이 뭐라고 하던 신경 쓰지 않아요.’라는 샹송 ‘사랑의 찬가’도 에펠탑 2층 중앙 특설공연장을 넘어 세계인의 심금을 촉촉하게 울렸다. 에펠이라는 건축가가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지은 에펠탑, 18000여 개의 건축용 철제를 이어 만든 이 걸작과 불멸의 가수 셀린디옹의 접목은 평창의 드론 점화만큼 기상천외하고 아름다운 조합이었다.

몇 해 전 유아원에 다니던 손자가 메달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지 할아버지는 무슨 메달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저 평범한 시민이면 대부분 메달이 없을 터. 다행히 지역 신문사에 주최한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완주메달이 있어 궁여지책으로 보여줬는데 손자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당초 우리는 이번 파리올림픽에 금메달 5개를 목표를 계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아름답고 강렬했다. 전 종목 10연패의 위엄을 달성한 앙궁 대표단의 원칙과 공정한 국가대표선수 선발, 현지 여건에 맞게 피나는 연습도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일제강점기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생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고 남승룡 선생이 동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올림픽 역사는 1972년 몬트리올에서 레슬링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로 이어졌고 이번 파리에서는 대구체고 반효진 선수가 사격에서 100번째 최연소라는 영광의 금메달을 따냈다.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 경신도 눈 앞에 두고 있다. 8일 기준, 대회 폐막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나흘. 태권도의 박태준이 이날 금메달을 따내면서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에서 12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합치면 역대 올림픽 중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땄다. 다이빙과 탁구, 태권도, 근대5종, 골프 등의 경기도 남아있다.

그렇다고 금메달에 연연할 일도 아니다. 심리적 조예가 있는 작가 정재영은 ‘행복의 기술’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여받는 선수들의 표정을 연구한 결과에 대한 글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가장 활짝 웃으며 높은 곳에서 행복해 하는 선수는 금메달리스트였다. 그건 자명하다. 그런데 두 번째로 행복한 표정을 지은 선수는 은메달리스트가 아니라 동메달리스트였다고 한다. 결승에서 패한 은메달리스트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으로 시상식에 오르지만 동메달리스트는 자칫 4위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에서 3위를 차지한 자신을 대견스럽게 생각해 웃음과 행복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으로 갈아입으면 매일 환상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에 공감한다.

이제 올림픽도 종반을 향해가고 있다. 남자 높이뛰기나 골프, 복싱 등 남은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줄 투혼과 감동도 계속될 것이다. 폐회식에 다음 개최국인 미국 배우 톰 크루즈가 출연해 어떤 미션임파서블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지루한 장마와 이어지는 무더위, 그리고 지역 건설사들의 잇단 법정관리로 지역경제의 불황이 계속되고 정치현실 또한 기대와 달리 조금은 답답한 모습으로 흘러가는 지금, 호남을 연고한 KIA타이거즈의 프로야구와 광주FC 축구와 함께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다 함께’를 기치로 투혼과 감동을 안겨주는 파리의 올림픽이 값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감동과 환희를 선물한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