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글로벌 사우스는 새로운 다극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새로운 행위자
<62>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 러시아 및 글로벌 사우스
2024년 10월 17일(목) 17:53 |
2024 카잔포럼에서는 ‘러시아-이슬람 세계: 정의롭고 다극적인 세계질서와 안전한 발전’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출처 카잔포럼 사이트 |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비공식 연합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는 항상 북반구에서만 개발할 필요는 없는 국제관계 및 전략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표현하려고 하는 매우 다양한 국가, 개발도상국을 위한 코드이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국가들은 이제 지정학적 관심을 점점 더 많이 끌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이 용어는 아프리카,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 국가를 지칭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의 지역과 국가들도 포괄하므로 지리적 글로벌 사우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사우스는 국가의 사회 경제적, 정치적 특성을 기반으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다중심주의 방향으로 발전하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소위 글로벌 사우스를 형성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 국가가 점점 더 눈에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여기에는 유엔(UN) 회원국의 거의 3분의 2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지구 인구의 약 80%, 세계 GDP의 약 50%, 전체 국제 무역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가장 중요한 글로벌 문제에 대해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그렇다. 이에 대해 글로벌 사우스의 국가들은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배경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서구와 대결시키려고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대부분 서방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국가들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단순한 지리적 분류를 넘어 세계 국제질서 재편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을 통해 현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점은 국제관계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글로벌 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로 개발도상국이 부상함에 따라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개발이나 문화적 차이에서 지정학적 권력 관계에 대한 강조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다극 세계 추진 세력과 패권 유지 세력이 경쟁하는 정치적 대상이 되었다. 일부 국가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를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째, 왜 글로벌 사우스의 국가들은 서방이나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는가? 반미주의, 식민지 기억, 실용주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서방 열강의 무력 전쟁을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는 것에 문제 제기하고 있다. 그 예로 나토(NATO)의 코소보 개입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냉전 시대에는 있을 수 없었던 기본 규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소위 테러와의 전쟁에는 실질적인 법적 제한이 없다. 많은 국가는 리비아에서 NATO군을 사용하고 시리아에서 서방 연합군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반미주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과거 군사 개입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서방의 행동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불러일으켰다. 브래드포드 대학의 국제 안보학 교수 폴 로저스(Paul Rogers)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서방=좋은 나라, 러시아=나쁜 나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서방 국가들이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및 서구 군대가 치명적인 폭력 사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기타 국가의 전쟁 지역에서 929,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테러 때보다 더 사망했다”라고 했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는 전 세계 유럽인들이 저지른 잔혹 행위, 인종차별, 착취의 식민주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대부분,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러시아는 다른 유럽 강대국과 달리 수 세기 동안 그들을 지배했던 식민 강대국 중 하나로 인식되지 않는다. 수백 년에 걸쳐 서구가 남긴 유산은 그 외교 정책의 파괴적 성격을 입증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제국주의와 군사적 침략의 희생양이 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강력한 경제적 유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러시아는 좋은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우크라이나의 분쟁으로 인해 자신들이 소외되어 자금이 삭감된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면서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많은 지도자는 유럽 어딘가의 전쟁보다는 자국 지역의 문제, 세계의 불평등 증가 등에 대해 훨씬 더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기를 거부해 왔다. 특히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 제재는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사실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국가는 30개 국가가 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증가시키는 국가가 많다. 예를 들어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약 4배 증가된 대러시아 무역량을 기록하고 있다. 서방은 지난 2022년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했지만, 중국·인도·브라질 등은 러시아로부터 기록적인 양의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보인 미온적 태도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글로벌 사우스 간의 이해관계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의 러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지지 사례는 어떠했는가? 글로벌 사우스의 관점에서 볼 때, 서방과 러시아의 경우 다른 국가의 일에 간섭하는 관행, 심지어 무장 개입까지 하는 관행은 익숙하고 거의 일상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아시아 일부 지역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다른 많은 강대국의 공격적인 행동 중 하나에 불과한 사례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러시아 지지 증가는 러시아 침공을 비난하는 UN 총회 결의안의 기권(51%)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나왔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안에서 두드러진다.
2022년 3월 채택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에 관한’ 규탄 결의안에 대해 141개 국가가 투표했고, 5개 국가(러시아와 벨라루스 포함)는 반대했고, 35개 국가는 기권했다. 기권한 국가 중 거의 절반이 아프리카 국가였다. 아프리카 8개국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에리트레아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관한’ 결의안과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되었을 때 결과는 거의 정확히 반복되었다.
많은 국가는 러시아를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 채택을 자제하고 대신 협상을 촉구했다. 2022년 10월 통과된 UN 총회 결의안에서는 143개 국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으며, 35개 국가가 기권, 러시아를 포함해 5개 국가가 결의안에 반대하였다. 2022년 11월, 전쟁이 9개월 동안 계속되고 유엔이 우크라이나 복원과 침략 행위에 대한 배상에 관한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을 때 분열은 훨씬 더 분명해졌다. 94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14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73명은 기권했고, 12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문제에 있어서 나머지 세계의 서방과 연대는 더욱 약하다.
2023년 2월 23일 유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한 돌을 맞아 미국 뉴욕 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원칙에 관한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7표. 기권 32표로 통과시켰다.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말리, 니카라과, 에리트레아였으며, 중국과 인도는 이번에도 기권했다. 2023년 9월 19일 유엔 정기총회가 뉴욕에서 열렸다.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서방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항의하고자 소집했다. 회의는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2023년 2월 15-17일에는 모스크바에서 ‘민족 자유를 위하여’라는 국제포럼이 열렸다. 여기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CIS, 중동, 라틴 아메리카 및 유럽 등 60개국에서 400여 명의 대표가 참가하였고, 주최국 러시아는 참가국들과 함께 집단 서구의 행동, 다른 국가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주권을 박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강요하려는 시도로 서방의 ‘신식민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2024년 5월 14-19일에는 세계 80여 개국 2만515명이 넘는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러시아와 이슬람 세계: 2024 카잔포럼’을 개최해 경제, 금융 협력 및 문화교류를 통한 러시아와 이슬람 국가 간 유대를 보였다. 2023년 포럼에는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 57명을 포함해 80개국 1만6000여 명이 참석했다.
셋째, 글로벌 사우스의 역할과 전망은 어떠한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는 과정을 시작했으며, 그 덕분에 글로벌 사우스는 새로운 다극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새로운 행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미래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 체제에서 세력 균형을 바꾸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들 국가와 서방 국가 간의 균열이 더욱 두드러졌다. 많은 비서구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를 거부함에 따라 일부 서방 지도자들은 그들에 대한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을 다룰 필요성을 인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사우스가 국제질서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과거 식민 지배의 경험, 세계화로 악화된 불평등 구조 등으로 인해 서구와는 다소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 왔다. 러시아는 서방의 패권과 식민주의를 반대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유대 강화를 도모해 왔다.
물론 이들 국가는 모두 완전히 다른 관심, 가치 및 전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를 지정학적 블록으로 취급하는 것은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즉, 글로벌 사우스의 세계관이 유사하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다고 간주되는 국가들이 하나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서구 지도자들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서구 지도자들과 다르지 않다.
결국 서구와 중국·러시아 양쪽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과 가까웠던 인도·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국익 극대화를 위해 중·러와 관계를 강화하는 등 세계질서의 다극화에 힘을 실으면서 미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나 내러티브가 아니라 실질적인 상호작용이다. 앞으로 누가 더 국제무대에서 실용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대화하고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지에 따라 세력의 재편은 언제든지 새로이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