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
이용환 논설실장
2025년 04월 21일(월) 17:56 |
![]() 이용환 논설실장 |
범죄의 나라 전락한 대한민국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치안 만큼은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던 나라였다. 한밤중 여성이 혼자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나라,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려도 다시 찾을 수 있는 나라라는 국민들의 자부심도 높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면 온갖 범죄가 들끓고 흉악범이 활개 치는 그야말로 범죄의 나라로 전락했다. 귀가하는 여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하고,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은 언제부턴가 일상이 됐다. 층간 소음을 이유로, 홧김에 방화를 서슴지 않는 보복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법원에 난입해 시설물을 파손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것도 부족해 자신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며 판사를 살해하겠다거나, 공공기관을 불태우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하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도 비일비재하다. 자유를 방종으로 인식하고 공권력에 대한 저항을 영웅시하는 못된 풍조가 만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끔찍한 범죄가 판을 치고 세상이 이렇게 무섭게 변한 것은 우리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가치체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의 건강했던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정치부터 경제, 사회까지 모든 분야에서 범죄를 부추기는 듯한 혼란과 혼돈에 휩싸여 있다. 멀쩡한 도로나 건물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져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바다와 하늘에서 인재(人災)로 인한 대형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법을 지키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을 조롱하듯, 온갖 불법과 탈법에 더해 뻔뻔함까지 보여주며 제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정치권의 몰염치도 나라의 근본을 위협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후 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사회적 양극화가 만든 폐해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빈곤층의 증가와 빈부격차 심화는 타인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극단적 상황으로 내몬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집단으로 나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이른바 ‘떼법’이다. 더 한심한 것은 도저히 안될 것 같은 일도 ‘떼법’을 내세우면 해결이 된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이제 40여 일 후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때맞춰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저마다 나름의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열심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아무리 둘러 봐도 서민을 위한 배려나 함께 잘 살기 위한 고민 등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나라, 정권교체, 청년, 중산층, 청렴, 정직 등 그들이 내세운 구호도 현실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절대빈곤층이 늘어나고 중산층이 갈수록 엷어지는 현실에서 권력기관을 개혁하고 정치교체를 이룩해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공약일 뿐이다.
빈부격차 해소로 희망 살려야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이유는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고 세대·계층 간 사회적 갈등을 해소시킬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데 있다. 사회 곳곳에서 정의와 도덕이 사라지면서 온갖 무질서와 불법이 횡행하고 사람의 목숨까지 우습게 보는 인명경시, 크게 ‘한탕’ 성공하면 그동안의 범죄행위가 없어질 것이라는 헛된 꿈을 깨뜨리는 것도 새로운 정부에 주어진 과제다. 모두가 쉽게 일하고 세상을 편하게만 살려고 하는 풍조,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만 좋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절대 고립에 처한 계층을 돕고,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노인과 장애인은 물론이고 극단적 빈곤층까지,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도 촘촘하게 짜야 한다. ‘출구 없는 삶’이 만든 절망이야말로 범죄의 뿌리다. 자신의 과실과 몫을 이웃과 나누려는 ‘사회적 배려’도 되살려야 할 가치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는 주린 배를 안고 빵을 훔치거나, 생을 포기하려는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도저히 살아갈 길이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범죄를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게다. 모두가 못난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그 정치인을 만든 우리의 잘못이기도 하다. 자신들을 위한 자신들만의 허황된 공약, 정의와 공정은커녕 양심도 진정성도 없는 헛된 공약은 정치인이 국민에 저지르는 또 다른 범죄다. 이제 그 범죄의 근원적 단초를 준 국민이 책임을 지고 그들을 단죄해야 한다. 우리 옛 속담에 ‘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라고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