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사라지는 DVD방’…“사양산업 지원 필요”
광주 6곳·전남 10곳 제외 ‘폐업’
손님 급감…매출 70~80% 감소
미디어 환경·기술 변화 등 원인
“재교육·훈련 등 체계적 지원을”
손님 급감…매출 70~80% 감소
미디어 환경·기술 변화 등 원인
“재교육·훈련 등 체계적 지원을”
2025년 04월 23일(수) 17:50 |
![]() 한때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DVD방 등 비디오물감상실업이 지역 상권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
광주 동구 황금동에서 DVD방을 운영 중인 김모(62)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디오방이 유행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30년 넘게 동종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문을 닫을 때가 됐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충장로에 남아있는 매장이 없어 DVD방을 찾는 손님들을 거의 독점하는데도 매출은 과거에 비해 70~80% 줄었다. 하지만 월세 등 가게 운영 비용은 그대로라 사실상 순이익은 제로다”며 “이용 요금도 최저가 수준으로 낮췄지만 손님들의 발길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나이가 있어 업종 변경도 쉽지 않고, 폐업 시 시설 철거 비용이 3000만원 이상 필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때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DVD방 등 비디오물감상실업이 지역 상권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 시설 노후화, 서비스 제공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23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DVD방 등 다수의 시청실과 시청 기자재를 갖춰 비디오물 시청을 제공하는 ‘비디오물감상실업’으로 등록된 광주지역 업소는 6곳에 불과했다. 남아있는 업소의 가장 최근 허가일은 2003년 9월로, 이후 신규 창업해 현재까지 영업 중인 비디오물 감상 업소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라남도에는 현재 10개의 업소가 남아있다.
과거 등록된 업소들은 대부분 폐업하거나, 영업이 취소·말소·만료·정지·중지됐다. 광주에서는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총 98개소가 폐업했으며 19개소가 각종 사유로 문을 닫거나 영업이 중단됐다. 전남지역 폐업 업소는 60곳, 취소·말소 등 상태인 업소는 8곳이었다.
비디오물감상실업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당시 가정용 비디오 플레이어(VHS)와 DVD 플레이어의 대중화로 영화나 비디오 콘텐츠를 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감상실 업소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인프라 확충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가 급속히 확산해 인터넷 사용자들이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도 결정타가 됐다.
최근 들어서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으로 이용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409만명에 달했다. 이어 쿠팡플레이가 748만명, 티빙이 705만명을 기록했고, 웨이브(426만명), 디즈니플러스(268만명), 왓챠(49만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 이용자 수만 보더라도 스마트폰 이용자 4명 중 1명은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OTT 플랫폼에 접속하는 셈이다.
영화관 업계도 비슷한 시기 OTT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형 스크린과 음향 등 ‘극장 경험’이라는 차별화 요소를 내세워 나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비디오물감상실업은 뚜렷한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지 못해 점차 도태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시설 노후화, 영상물 관련 규제 강화, 범죄 취약 공간이라는 부정적 인식 등이 겹치면서 신규 창업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특히 DVD방 등은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돼 미성년자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으며 일부 업소에서는 불법 행위 사례가 발생해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비디오물감상실업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운영 중인 업소들도 업종을 전환하거나 시설을 리모델링하지 않는 이상 생존 전략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단순 감상실업은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사양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종일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경제, 기술,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일부 산업들이 쇠퇴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문제는 기존 산업이 소멸하는 만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이 충분히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산업의 소멸을 막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단순히 방치해서도 안 된다. 사양 산업이 새로운 기술 기반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업종 전환 등을 위한 재교육 및 훈련의 종류와 기회를 확대하고 산업육성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 재도전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