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태>전남지역 매설 지뢰 완전 제거해야
이재태 전남도의원
2025년 05월 01일(목) 18:07 |
![]() 이재태 전남도의회 의원 |
합동참모본부는‘지뢰매설 추정치 및 접경지역·후방지역 지뢰제거 작전통계 등’의 자료를 통해 총 82만 8000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현재 매설된 지뢰 수와 관련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실시한 적이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01년 전략적 필요가 사라진 후방지역 지뢰를 2006년과 2021년까지 모두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후방지역 지뢰제거를 위해 230여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뢰안전지대’로 선언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세계 50여 개 국가는 지뢰제거 국제표준행동인 IMAS(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를 도입하고, 범부처 차원의 민관협력과 국제협력을 통해 지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뢰가 매설된 국가들은 IMAS의 권고에 지뢰전담기구를 설립하여, 지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남지역에도 지난 60~70년대 북한 특수작전부대 침투를 막기 위한 명목으로 매설한 지뢰지대가 나주 금성산과 보성 존제산에 있다. 선제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금성산 정상 군부대 일대에 매설된 지뢰는 총 1851발 중 8차 지뢰제거 작업을 통해 아직 68발의 잔여 지뢰가 있고, 존재산은 3700발 중 102발의 잔여 지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뢰가 매설된 지역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초대형 산불과 폭우, 산사태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따라 지난해 2월 약칭 지뢰대응활동법으로 불리는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올해 2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국방부 장관이 지뢰 탐지와 제거 업무의 효율성, 지뢰가 제거된 지역의 안전한 토지 이용 등을 위해 국제기준에 맞는 지뢰대응활동표준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또한 법률은 지뢰문제 해결의 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라고 명시하고, 지뢰대응활동에 필요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과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법인 및 단체에 지뢰제거 업무를 맡길 수 있고, 유엔을 비롯한 비영리 국제 지뢰제거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뢰제거와 관련해 국제적인 기구와 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유엔은 유엔지뢰자문기구(UNMAS)를 통하여 전 세계 50여 국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뢰제거를 위한 국제적인 인도주의 비영리단체인 영국의 헤일로 트러스트(HALO trust)와 지뢰자문단체(MAG)는 총 7000~8000명의 지뢰제거 인력으로 세계 지뢰제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은 한국의 코이카 ODA 자금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수년간 지뢰 및 불발탄 제거를 비롯 피해자들의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방부에 지뢰대응활동팀을 새로 설치하고, 한국지뢰대응활동표준에 따라 지뢰제거 업무의 민간 발주 등을 준비하고 있고, 지뢰제거 경험이 많은 군 출신들이 지뢰제거 전문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관련 법률과 제도의 변화에 맞추어 전라남도 또한 관내에 매설된 지뢰를 완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 및 예산마련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시스템을 질서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 지뢰대응활동위원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유엔기구 및 비영리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전남 도내 잔여 지뢰를 완전하게 제거하여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후방지역 지뢰 문제는 이제 군의 업무로 당연하게 간주한 자치단체의 고착화된 인식개선과 함께 행정체계의 제도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적인 상황이다.
군사적인 목표가 사라진 지금의 후방지역 지뢰문제는 이제 안보 이데올로기가 아닌 국민 안전권과 인권의 영역으로 전환되었다. 일선 행정과 무관한 안보문제라는 대상화된 금기의 영역에서 벗어나, 전라남도가 제도적 변화를 적극 수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