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철홍>교육 없는 대통령 공약,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박철홍 전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
2025년 05월 20일(화) 13:16 |
![]() 박철홍 전 전남도의회운영위원장 |
후보 간 토론회도 열렸고, 다양한 정책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매번 대선을 지켜보며 아쉬움을 지울 수가가 없다. ‘교육에 대한 공약’이 유독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교육정책이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된 적은 거의 없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수많은 부조리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그 시작은 교육에 있다.
최근 사회를 크게 흔들고 있는 비상계엄 논란, 검찰권 남용, 사법 정의의 왜곡 등 굵직한 문제들 역시 결국 ‘공부 제일 잘했던’, 이른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벌인 일들 아닌가? 시스템의 허점도 문제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 자체의 문제가 더 근본적이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존재다.
지금처럼 ‘전교 1등’만을 위한 경쟁 중심의 교육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문제적 인간형’을 끊임없이 양산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조직의 개혁과 법의 개정을 무력화시키며, 다시 기득권이 되고자 할 것이다. 결국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땜질 개혁으로는 근본을 바꿀 수 없다. 원초적으로, 제대로 된 인간형을 키워내는 올바른 교육 방식이 절실하다.
이 점에서 더 안타까운 것은, 소위 진보정권이라 불리는 민주당마저 교육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실망스러웠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보수 정권보다도 더 무기력했고, 때로는 퇴행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민주당이 교육 문제에 대해 더는 방관해서는 안된다. 시대정신과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바로 교육이다.
그중에서도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입시 중심 과목이 아닌 만큼, 의지만 있다면 비교적 손쉽게 개혁할 수 있는 분야다. 왜곡된 시선이 아닌, 균형 있고 깊이 있는 역사 교육이 이뤄져야 우리 사회의 토대가 바로 설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은 한국사를 ‘암기 과목’으로 인식한다. 연도, 왕 이름, 문화재 명칭 등을 외우는 데 치중된 교육은 역사 흐름과 맥락, 의미를 가르치지 않는다.
이처럼 한국사 교육은 점수와 등급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고, 교육 본래의 목적은 사라졌다.
우리 학생들이 역사의 의미와 맥락을 배우지 못한 채 무작정 외우기만 한다면, 역사교육은 그 자체로 실패한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성찰하고 교훈을 얻는 일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이런 점에서 역사교육은 과학교육처럼 ‘오류 수정’의 정신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역사는 수많은 인간의 삶을 뒤바꾸고, 잘못된 역사 인식은 고통을 낳는다. 그렇기에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인간의 횡포를 인간의 힘으로 되돌리기 위함’ 이며, 그것이 바로 역사교육 핵심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교육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전환이다. 현재처럼 암기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교육을 강조해도 의미가 없다.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암기 부담’만 더해줄 뿐이다.
역사교육 변화는 전체 교육체계 개혁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교육,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