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으로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이재명 정부 출범 ‘다시 대한민국’
<1>민주와 인권의 도시, 제자리 찾기
12·3 계엄 이후 ‘5월 광주’ 주목
국가 정체성 재정립 시대적 요청
정치적 이해 맞물려 후순위 밀려
헌법 명문화 왜곡·폄훼 근절 필요
<1>민주와 인권의 도시, 제자리 찾기
12·3 계엄 이후 ‘5월 광주’ 주목
국가 정체성 재정립 시대적 요청
정치적 이해 맞물려 후순위 밀려
헌법 명문화 왜곡·폄훼 근절 필요
2025년 06월 09일(월) 1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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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민들은 ‘5·18 정신 헌법 정신 수록’, 지역 발전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국토균형발전’, ‘농어촌과 약자’를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본보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발맞춰, 다섯 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민주·인권·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가치가 지역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12·3 계엄 사태 극복의 원동력이자, 민주주의 회복의 상징인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5·18정신의 헌법 수록이 국가 정체성 재정립과 민주주의 근간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는 시대적 요청이 커서다.
헌법 전문은 국가의 정체성과 헌정 질서의 이념을 함축한 서문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으로 시작되는 현행 헌법 전문은 3·1운동과 4·19혁명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계승과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 5월, 국가 권력에 맞서 헌법을 실질적으로 지켜낸 광주의 항쟁은 여전히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본질을 일깨운 역사적 전환점이다. 시민들이 군부의 폭압에 맞서 지켜낸 자유와 정의, 연대와 희생은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가치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5·18은 이후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동력이 됐으며, 6월 항쟁이 유혈 사태 없이 민주화로 이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5·18의 교훈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연속성과 발전은 결국 오월의 저항에서 시작됐고, 그 정신은 오늘날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오월 정신을 헌법에 담자는 논의는 수십 년간 이어진 과제다. 1987년 개헌 당시부터 오월 단체와 시민사회, 학계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요구돼 왔지만 매번 권력구조 개편, 대통령 임기 조정 등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안과 얽히며 후순위로 밀려났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발의한 개헌안에도 5·18민주화운동이 포함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이처럼 반복되는 무산은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한 정치권의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은 다시 광장에 모이며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웠고, 그 중심에는 5·18이 남긴 저항의 정신이 있었다. 헌법 개정 논의에서 오월 정신 수록은 더 이상 부차적인 사안이 아니다. 최근 5·18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 등을 통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영향으로 국제 사회에서도 오월 항쟁에 대한 관심과 재조명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그 정신을 공식적으로 헌법에 새겨야 할 때다.
5·18 정신의 헌법 명문화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반복된 5·18 왜곡과 폄훼를 막기 위한 국가적 방어선이며, 민주주의를 향한 집단 기억을 제도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부 극우 세력은 여전히 5·18을 ‘폭동’이라 부르며 시민의 저항을 깎아내리고,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헌법에 오월 정신을 명시하는 것은 이런 시도에 분명한 경계를 긋는 국가적 선언이다. 민주주의의 본질과 국민 저항의 정당성을 명문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역사 교육, 시민 의식, 정치 윤리를 바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오월어머니회와 지속적 교류를 이어오며 5·18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연대를 보여 왔다. 이제 그 관심이 국가 차원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 광주 시민과 유가족, 오월 단체들은 이번 정부에서야말로 오랜 염원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로 인식해야 한다.
새 정부는 헌법 개정을 단순한 권력 구조 논의가 아닌, 민주주의 완성과 국민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있어야 한다. 오월 정신의 헌법 수록은 단순한 역사 보존이 아니라, 현재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오월 정신을 헌법에 새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과거와 화해하지 못한 채 미래를 논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는 광주에서 피어났고, 그 뿌리는 오늘도 광장에 살아 있다. 이제는 그 정신을 헌법이라는 국가의 중심에 온전히 심어야 할 때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