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불법 이민 단속 반발 시위 격화
경찰 “폭력성 더 심해져”
도심서 차량 불타는 상황도
노조 지도자 기소에 항의 확산
2025년 06월 10일(화) 07:36
지난 8일 LA 도심 시위 현장에서 불에 타는 자율주행차 ‘웨이모’ 차량. AF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법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9일(현지시간) 나흘째 이어지며 격화되고 있다. 경찰은 시위의 폭력성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며 도심 일대를 집회 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

짐 맥도널 LA경찰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력성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며 “지난밤에는 경찰을 향해 상업용 화약이 들어 있는 폭죽이 발사되기도 했다. 이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시위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6일 다운타운 의류시장과 홈디포 매장 등을 급습해 불법 이민자 44명을 체포하면서 촉발됐다. 체포된 이민자들은 연방 구금시설에 수감됐으며,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동안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최소 56명에 달한다. 전날 하루에만 27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일부는 경찰관에게 화염병을 던지거나 오토바이로 돌진해 부상을 입히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현장에서는 차량이 불에 타는 장면도 포착됐다. 특히 무인 자율주행차 웨이모 차량 최소 5대가 시위대의 방화로 파손됐다고 NBC는 보도했다. 웨이모 측은 LA 다운타운에서의 차량 운행을 중단했으며, 경찰은 전기차 연소 시 발생하는 유독 가스에 대한 시민 경고를 발령했다.

도심 일대에서는 상점 약탈과 차량 파손 등도 발생했으며, 경찰은 트위터(X)를 통해 일부 가게의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위대와의 직접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밤부터 다운타운 전역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하고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경찰은 최루탄, 섬광탄, 고무탄을 사용하며 강제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호주 방송 기자가 고무탄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번 시위는 데이비드 후에르타 서비스노동자국제연맹(SEIU) 캘리포니아 지부 의장이 ICE 단속 저지 과정에서 체포되며 한층 격화됐다. 후에르타 의장은 공무집행방해 음모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날 첫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다. 후에르타의 석방을 요구하는 노조원 수백 명이 도심에 집결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시위는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DC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샌프란시스코 이민국 청사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도 약 60명이 체포됐으며, 시카고에서는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헤수스 가르시아가 집회에 참석해 ICE 단속을 “이민자에 대한 전쟁”이라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 진압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2,000명을 LA 시위 현장에 투입하도록 지시했으며, 현재 약 300명이 주요 지역에 배치돼 경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합법적 시위와 폭력적 행동을 구분해 조치 중이라며 시민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중단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긴장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