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나광국>노란 침입자, ‘큰금계국’을 경계하라
나광국 전남도의원.
2025년 06월 19일(목) 17:34
나광국 전남도의원.
초여름이 되면 전국 각지의 하천변과 도로변이 노란 꽃으로 물든다. 관광객들은 이 화려한 꽃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지자체는 경관개선과 관광자원으로 이 꽃을 활용하며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우리 지역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금계국’으로 알고 있는 이 식물의 정체는 바로 ‘큰금계국(Coreopsis grandiflora)’이다. 진짜 금계국과 달리 큰금계국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꽃술 안쪽에 갈색 테두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이 외래종은 1960년대 이후 조경 및 사방용으로 도입되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도로변 및 공원 조경에 널리 활용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강인한 생명력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확산 속도가 빨라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큰금계국을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판정했으며, 현재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법정관리할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해남 땅끝과 인천 강화를 연결하는 109개 트레킹코스인 서해랑길 무안 구간을 걸으면서 큰금계국의 폐해를 직접 관찰한 적이 있다. 큰금계국이 자라는 구역에서는 다른 식물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오직 노란 꽃만 가득한 단일 식생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생물 다양성의 감소와 생태계 전반의 먹이사슬, 환경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최근 강원지역 언론 기사에 따르면 강릉 경포호수와 속초해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2017년부터 1만 5000여 ㎡ 면적에 큰금계국을 조성했으나 지난해에야 이것이 외래종인 줄 파악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지자체조차 정확한 정보 없이 위해성이 우려되는 식물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농촌 지역에서는 관리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실질적인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별한 식재 지침이 없어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 조경용 명목으로 식재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큰금계국 분포 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위해성을 정밀 분석하는 정기적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방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 중심의 지정·관리 체계만으로는 현장 대응력이 떨어지므로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지자체 단위의 생태계 관리 조례 제정, 자체 예산 편성, 전문인력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경관식물 사업에서 외래종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토종 식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큰금계국을 단순히 예쁜 꽃으로 인식하는 시각을 바꾸기 위해 대중 인식 개선과 교육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큰금계국의 확산을 막으려면 씨앗이 맺히기 전에 베거나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큰금계국 식재를 중단하고 기존 군락지에 대한 체계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

큰금계국이 만들어 내는 노란 꽃길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이 어디서나 노란 큰금계국만 가득한 상황은 생태계 붕괴를 암시하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자연은 다양한 생명체의 공존 속에서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에 주목해야 할 때다. 후손들에게 건강한 생태계를 물려주기 위해 지금 당장 큰금계국 확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지역의 진정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