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전환점에 선 한국 자살률
곽지혜 취재2부 기자
2025년 06월 22일(일) 16:39
곽지혜 기자
지난 21일 새벽, 부산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등학생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이들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 뒤 화단에서 발견됐으며, 유서도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현듯 소노 시온 감독의 ‘Suicide Circle’(자살클럽)의 첫 장면이 떠오른다.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 재잘재잘 떠들며 지하철을 기다리는 평범한 모습의 여고생들. 54명의 여고생들은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에 서로 손깍지를 끼고 “하나, 둘, 셋”하며 일제히 철로로 몸을 던진다. 영화 오프닝 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이 영화는 2001년 일본을 배경으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통신 문화가 급격하게 발전하던 시기 개인의 정체성 붕괴와 허무하고 공허한 인간의 내면을 담아냈다.

실제 일본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버블경제 붕괴 후 그득했던 세기말의 잿빛 색감은 이제 일본이 아닌 한국에 드리우고 있는 듯하다.

국내 자살률은 지난 2023년 기준(잠정) 인구 10만명당 28.3명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10.7명)의 2배 이상이자 순위로는 압도적 1위다. 특히 연령별로는 최근 12년 새 10대에서만 유일하게 자살률이 올랐다. ‘미래세대’라 부르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수치다.

그동안 앞선 정부들은 자살 문제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포함시키거나, 임기 중 자살률을 50%,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왔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지원하고, 응급지원센터를 강화하며 사회 캠페인도 벌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살률 증가 및 지속적인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은 그동안의 노력이 역부족이거나,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왜 이리 높지요?”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1년4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 현안을 제쳐두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다.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살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드디어 한국의 자살률도 전환점을 맞았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 귀한 줄 아는 조직이 성공한다는 말도 있다. 하물며 국가라고 다를까. 건강한 국민들이 한국의 국력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도와 예산을 마련해 줄 국회의 협력, 지역 단위의 자살 예방 조직 및 예산 투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