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예술가의 삶 살피는 문화강국되길
박소영 취재1부 기자
2025년 06월 23일(월) 17:00 |
![]() 박소영 기자 |
광주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연구자 정현우(32)씨는 함께 작업하던 동료들이 지역을 떠나거나, 예술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고 했다. 그는 “지역 청년 예술가들 대부분은 서울로 떠났고, 남은 이들은 카페 아르바이트나 자영업 등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보여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실행 의지’는 분명 기대를 모은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문화예술 예산을 GDP 대비 2%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을 선언했다. 당선 후 문화강국 공약을 본격화 하기 위해 향후 5년간 51조원을 투입해 문화예술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고, 정 연구가 같은 지역 청년 예술가들에게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도 남는다. 현재 정부의 문화예술 공약 대부분은 K-콘텐츠, K팝, 디지털 콘텐츠 등 산업화된 문화 분야에 집중돼 있다. 기초·순수예술, 지역 예술 생태계와 같은 ‘경제적 수치가 덜 나오는 영역’은 여전히 그림자에 가깝다.
정 연구가는 “예술가 한 사람이 지역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그의 창작을 뒷받침해 줄 만한 복지가 필요하다. 예산 확대도 분명 중요한 일이나,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우선시 해야한다. 행정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 예술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예술은 인간임을 증명하는 창조적 행위이자 사회의 ‘화재경보기’라고 정의했다. 장애·젠더·지역 불균형 등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문제를 경고하는 감각 장치라는 것이다.
예술은 단지 산업이 아니다. 시장에 팔릴 콘텐츠가 되기 이전에 인간의 감정과 삶, 시대를 반영하고 해석하는 행위다. 예술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삶이 위태롭다면, 국가의 문화정책은 그 근거를 잃는다. 이제는 ‘얼마를’ 지원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그리고 ‘어떤 철학으로’ 지원할지를 물어야 할 때이다. 예술가들이 생계를 위해 지역을 떠나거나, 예술을 버리는 양자택일 앞에 놓이지 않도록 이들의 복지와 권리를 먼저 보장하는 문화정책을 기대해본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