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자 휴전을"…극심한 굶주림·공포에 지친 주민들
인도적 위기 심화 속 아랍 중재국 협상 재개 도모…관건은 네타냐후
2025년 06월 27일(금) 11:03
물 배급 받아 운반하는 가자지구 어린이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이제는 가자지구에서도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랍 중재국들과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이스라엘-이란 휴전이 이뤄진 시점을 이용해 국내외에서 가자전쟁 휴전 협상을 재개하라는 압박에 나섰다.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발표하자마자 인근 아랍 국가들은 곧장 가자지구로 외교적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가자 전쟁의 확대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라며 카타르가 이집트와 신속한 가자 휴전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가자지구에 남은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과 하마스에 억류됐다 석방된 이들은 같은 날 이스라엘 의회를 찾아가 의원들과 미국 인질대응특사 애덤 볼러에게 협상을 촉구했다.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하마스와 이집트, 미국 간 휴전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한 아랍 외교관은 이날 “당사자 간 지속적인 접촉 재개가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WP는 전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 타헤르 알누누도 카타르·이집트와의 접촉이 진행 중이며 하마스가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합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아직 공식적인 휴전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며 협상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합의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달려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전부터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였던데다, 하마스가 역내 다른 친이란 무장 단체보다 독립적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이번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하마스의 계산법을 크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정보장교 출신 마이클 밀슈타인은 “이란의 지원 없이도 하마스는 존재할 수 있다”라며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 내 하마스에는 이란의 물질적 지원이 끊겼고, 하마스가 다른 자금원에 의존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보건 당국을 인용해 지난 한 달간 미국 구호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인근에서 주민 수백명이 사망했으며, 식량 확보가 점차 주민들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급소로 가는 길목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 등 폭력 사태가 자주 발생하며, 구호 트럭은 가자지구에 들어오자마자 주민들에 의해 약탈당한다고 목격자 등을 인용해 NYT는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가 20개월 이상 재앙적인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