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답하지 못한 기회의 장
오지현 취재1부 기자
2025년 07월 02일(수) 16:27
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와 전남을 찾아 첫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지역의 전략과 비전을 묻는 대통령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현장을 찾은 지자체장들의 대답은 선명하지 않았다. “산단만 짓고 있다”,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그날 현장의 분위기를 요약하는 말이었다.

광주와 전남은 AI 데이터센터 유치, RE100 기반 산업단지 조성, 새만금 대체 스마트산단 추진 등 나름의 정책 방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현장에서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는 부족했다. 방향은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성과 설득력이 따라붙지 않았다.

타운홀은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왜 그 전략이 필요한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리다. 대통령이 물었다면, 지역은 그에 맞는 답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 말할 기회는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며 고대 아테네의 한 재판 장면이 떠올랐다. 고대 아테네에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권력자들에게 정의란 무엇인지, 좋은 통치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나 이들은 답하지 못했고, 유죄를 선고받은 그는 독배를 들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는 흔히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고 불리지만, 진짜 죽은 것은 질문에 답하지 못한 아테네의 정치였다.

이번 타운홀도 그랬다. 질문도 있었고, 답할 기회도 있었으나 광주와 전남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추진해야 한다는 사업은 줄줄이었지만, 왜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은 보이지 않았다. 왜 이 사업이 꼭 필요한지, 정부가 왜 지금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다.

지역균형발전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는 지금, 지역은 더 많은 기회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와 구체적인 전략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지역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가가 주는 기회도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공백은 결국 지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