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시장 포화에 동네 카페들 손님잡기 ‘안간힘’
광주·전남 커피음료점 6700곳
최근 8년 사이 3.4배가량 급증
쿠폰·정액권 등 생존경쟁 치열
실질적 업종전환 지원 등 필요
최근 8년 사이 3.4배가량 급증
쿠폰·정액권 등 생존경쟁 치열
실질적 업종전환 지원 등 필요
2025년 07월 09일(수) 18:08 |
![]() 9일 광주광역시 동구 예술의거리의 한 카페 입구에 ‘점심시간 음료 할인’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윤준명 기자 |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29)씨의 말끝에는 씁쓸한 한숨이 묻어났다.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단골 고객에게 쿠폰을 제공하고 각종 판촉행사도 시도해 봤지만, 떨어진 매출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주변에 카페가 우후죽순 들어섰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경기 불황도 심화하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며 “요즘은 점심시간에도 예전처럼 붐비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로 내수 소비가 위축되고, 업종 포화로 매출이 급감하자 ‘생존 실험’에 나서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광주·전남 곳곳에서는 강씨와 같이 음료 무료 쿠폰을 제공하거나 출근 시간대나 점심시간에 맞춰 일부 메뉴를 할인하는 카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격화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커피 무제한’ 구독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9일 찾은 동구 대의동의 한 카페에서는 한달에 2만9900원을 내면 하루 한잔씩 커피를 제공하는 정액권을 운영 중이었다. 이곳은 한 때 2인 기준 5900원, 4인 기준 9900원을 내면 다양한 빵과 쿠키, 간식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무제한 스낵바’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근 충장로의 한 카페 입구에는 ‘커피 한 달 무제한 정액권’ 홍보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매달 선착순 30명을 대상으로, 단돈 7만원에 매일 최소 4시간 간격으로 커피 한잔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지만, 단골 고객을 확보해 꾸준한 방문을 유도하려는 업주들의 자구 노력의 일환이다.
![]() 9일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의 한 카페 입구에 ‘커피 1달 무제한 정액권’ 홍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윤준명 기자 |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기준 광주는 688개, 전남은 1292개였던 커피음료점은 2020년 5월에는 각각 1809개, 2377개로 2~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현대인의 커피 소비량 증가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저가형 커피 브랜드 창업이 소자본 ‘생계형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며 급증한 영향이다. 이후에도 증가세는 이어져, 지난 5월 기준 광주 2738개, 전남 3967개에 달했다.
하지만 업종 포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창업과 폐업이 맞물린 결과, 최근 들어 매장 수는 정체하거나 감소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일부 시·군·구에서는 소폭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매장이 줄어들며, ‘데드크로스’ 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전국 커피음료점 수 역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5월 기준 9만5250개로, 전년 동월보다 1.19%(1148개) 줄었다.
자영업 전반의 위기감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폐업 사업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고, 광주·전남에서도 폐업 신고자가 5만5600여명에 달했다.
특히 카페와 같은 소매·음식업종, 이른바 ‘생활밀착형 업종’은 전체 폐업의 44.9%를 차지했으며, 절반 이상(50.2%)이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경쟁 과열을 넘어 구조적인 위기에 접어든 신호로 보고 있다.
백경호 전남대학교 경제금융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진입장벽이 낮은 소자본 업종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특히 커피는 대체재가 많고 브랜드 충성도도 낮아, 업종 포화 속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버티는 업주’들이 초기 투자 비용이라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폐업이나 업종 전환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신규 창업자에게는 특화 전략과 로컬 브랜딩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창업 생태계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