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캐릭터 담은 한지부채…전통공예 ‘세계화’
구례 공예 브랜드 ‘죽호바람’
전남도 관광두레지역협력사업
디즈니서 협업 제안 '큰 반향'
“과거-미래 잇는 새 공예 지평”
2025년 07월 10일(목) 13:11
허혜인 ‘죽호바람’ 대표가 전통 한지부채를 만들고 있다. 전남관광재단 제공
전라남도 구례에서 3대째 전통 부채를 만들어온 공예 브랜드 ‘죽호바람’이 세계적 콘텐츠 기업 디즈니와 협업하며 한국 전통공예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

‘죽호바람’은 전라남도와 전남관광재단이 추진하는 관광두레지역협력사업을 통해 발굴된 예술인 기반 주민사업체다. 수작업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전통부채공예의 맥을 잇고 있으며, 단순한 기념품이 아닌 전통문화의 스토리와 철학을 담은 작품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관광두레지역협력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2025년 현재 195개 지역에서 863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죽호바람’은 2024년 전남 관광두레 지역협력사업 주민사업체로 선정됐으며, 최근 세계국가문화유산산업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전통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죽호바람’의 부채는 대나무밭을 직접 경작하고, 대나무를 삶고 자르며 쪼개는 전통 방식 그대로 제작된다. 부채살 위에는 한지를 입히고, 한국적 문양과 꽃, 한복 등 섬세한 그림을 더해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제작의 모든 공정은 장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며, 오랜 전통을 지켜내는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장인정신과 예술성은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기업 디즈니가 ‘죽호바람’에 먼저 협업을 제안해, 디즈니 캐릭터와 한국 전통 부채를 결합한 제품이 탄생하게 됐다. 디즈니 캐릭터가 담긴 한지부채는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전통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월트디즈니코리아는 ‘죽호바람’의 전통성과 창의성에 감명받아 협업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협업은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기업이 한국 전통공예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복을 입은 여인의 자태를 형상화한 입체 부채 시리즈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MZ세대에게도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전통 공예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공간 장식과 선물용으로도 주목받는 가운데, 다채로운 현대적 패턴을 적용한 원형 부채 라인도 출시돼 전통과 모던의 균형을 완성하고 있다.

죽호바람 부채는 서울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 전통공예 전문 유통 플랫폼 ‘아이디어스’, 한류관광의 중심지인 북촌 한옥마을 편집숍 등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한국 전통과 세계적 캐릭터가 어우러진 특별한 기념품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MZ세대의 관심을 동시에 끌고 있다.

한지의 질감 위에 얹힌 전통문양과 디즈니 캐릭터는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공예의 지평을 열고 있다.

허혜인 죽호바람 대표는 “이 부채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조상들의 삶과 기술이 담긴 유산”이라며 “디즈니와의 협업은 전통이 미래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할 전통을 세계와 나누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