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영산강 해수유통, 피해 없는 설계 가능하다”
인터뷰-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
3년간 2000회 이상 반복 통해 기수화
취수구 상류 5km 이상 이전 용수확보
"수질 개선시 지역발전 핵심자산될 것"
3년간 2000회 이상 반복 통해 기수화
취수구 상류 5km 이상 이전 용수확보
"수질 개선시 지역발전 핵심자산될 것"
2025년 07월 13일(일) 10:09 |
![]() 전승수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 |
영산강 하굿둑 개방 논의가 수십 년째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전승수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피해 없는 해수유통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설계 방식과 과학적 대응안을 제시했다. 어민과 농민이 각각 우려하는 피해가 실제보다 과장됐거나, 기술적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담수를 무작정 바다로 흘려보내면 당연히 피해가 나지만, 해수와 담수를 일정 비율로 교환하며 유속과 염도, 수위를 통제하면 어민도 농민도 피해를 보지 않게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승수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바로 ‘기수화 순환’이다. 3년간 해수와 담수를 2000회 이상 반복 교환하면, 오염물질은 희석되고 담수는 해수 성분을 일부 흡수해 점차 정화된다는 원리다.
전 교수는 “담수를 정화해 유통하면, 어장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물이 된다. 일시 방류가 아닌 지속적, 계획적 유통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고 했다.
염해 피해와 농업용수 부족 등의 농민들이 해수유통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전 교수는 “이는 막연한 공포”라고 말했다. 그는 “영산강 하류는 뻘질 기반의 점토 충적층이기 때문에 해수가 지하로 스며들기 어렵다. 모래로 이뤄진 낙동강 사례에서도 상시 개방 뒤 지하수 염도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꼽았다.
그는 농업용수 부족 또한 “염도 3psu 이하에서는 벼 생육에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취수구를 상류 5km 이상 이전하고, 실시간 센서로 수질과 수위를 감시하면 농업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상시개방은 하루 24시간 전면 방류가 아니라, 조절 유통을 의미한다. 상류에서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하류 생태 복원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하굿둑 개방으로 영산호의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영산호는 단순한 담수호가 아니라, 광주·목포와 인접한 대규모 수변 공간으로, 수질만 확보된다면 지역 발전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산호의 수심이 평균 6~7m, 최대 20m에 달하는 점을 활용하면, 태풍 등 기상이변에 대비한 ‘피항지’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 교수는 “기상 특보 시 연안 어선과 레저선박의 안전한 대피항구로 지정하면, 서남해안권 항로망 전체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수질이 나빠 접근조차 어렵지만, 해수유통을 통해 수질이 개선되면 피항 기능뿐 아니라, 마리나 산업·수상레저·생태관광 인프라로 연계된 복합 수변도시 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 서남권의 낙후된 내륙 수자원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안으로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전 교수는 “지금처럼 오염된 담수를 가두고 방치하는 건 더 큰 환경·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며 “지속가능한 영산강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