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령자 농기계 사고 증가…3년새 21명 숨져
여수·완도 등 경운기·트랙터 깔려
전남지역 3년간 병원 이송 1392건
작업장소, 병원과 멀어 사망 늘어
경찰 "운전미숙 주원인, 예방 노력"
2025년 07월 14일(월) 18:08
무안경찰이 고령자 농기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자체 제작해 배포한 치안 소식지 ‘무안 교통안전 리포트’를 한 농민이 살펴보고 있다. 무안경찰 제공
농촌이 많은 전남지역에서 고령자들이 농기계 안전사고로 숨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14일 여수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5분께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 한 밭에서 70대 남성 A씨가 경운기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운기에 사람이 깔렸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A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경찰은 로타리(밭갈이) 작업을 하던 A씨가 경운기를 몰고 후진을 하는 과정에서 운전석에서 떨어져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완도에서도 경운기가 주택 담벼락을 들이받아 운전자가 숨졌다.

지난달 23일 오전 10시46분께 완도군 군외면의 한 골목길에서 경운기가 주택 담벼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경운기를 운전하던 70대 남성 B씨가 충격으로 골목길로 튕겨 나갔고,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소방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보성에서는 트랙터에 깔린 80대 남성이 숨졌다.

지난달 8일 오전 11시17분께 보성군 득량면의 한 논에서 80대 남성 C씨가 트랙터에 깔려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C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C씨가 농로를 운행하던 중 트랙터가 논으로 추락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전남지역의 농기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남지역에서 농기계 사고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된 건수는 △2024년 426건(사망 11명) △2023년 454건 (사망 4명) △2022년 512건 (사망 6명)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지는 경우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아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3년 소방청이 발표한 농기계 사고 분석 결과를 보면 연령별로 △61~70세가 561명 △71~80세 468명 △81~90세 195명 등 51세 이상이 1527명으로 전체 연령의 90.2%로 나타났다.

이는 농업의 특성상 고령의 작업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급차량 이송 소요시간을 분석한 결과, 농기계 작업장소가 주로 병원시설과 멀리 떨어져 있어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상인 경우가 43%로, 평균 11.9% 보다 3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부족한 농촌지역의 병원시설이 사망자를 더 발생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2022년 구급출동 1693건 가운데 심정지 건수는 69건으로 이 중 45건(65.2%)은 목격되지 않은 사고였다.

이는 농사일을 하러 나간 뒤 연락이 닿지 않아 뒤늦게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 발견되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한 상황으로 혼자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농기계 사고의 대다수가 고령자들의 운전 미숙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들이 스스로 경운기, 트랙터 등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농기계 임대사업, 종합보험 가입 등 실질적인 해결 방안과 함께 맞춤형 교통안전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