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할리우드 겨냥한 ‘K-애니메이션’
장성호 감독 ‘킹 오브 킹스’
2025년 07월 21일(월) 16:38 |
![]() 장성호 감독 ‘킹 오브 킹스’ 포스터. (주)디스테이션 제공 |
![]() 장성호 감독 ‘킹 오브 킹스’. (주)디스테이션 제공 |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1934’를 기반으로 하는 이 영화는 아빠가 어린 아들에게 들려주는 예수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이제스트처럼 간추려놓았다. 어린이의 시선에 맞춘 친근한 접근이다. 그밖의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는 비 크리스찬(2024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 74%)에게도 인류의 종교문화사에 관한 성서적 지식(상식)을 알기 쉽게 흡수하도록 구성,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런던의 한 극장. 찰스 디킨스(목소리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낭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무대 뒤에 있던 어린 아들 월터(목소리배우 로만 데이비드)는 아서 왕 이야기에 빠져 있는 터라 개구쟁이답게 아빠의 무대를 적잖이 당황스럽게 만들어놓는다. 도에 넘친 아들의 장난에 골치 아파진 디킨스에게 아내 캐서린(목소리배우 우마 서먼)은 남편의 미발표 원고 내용을 월터에게 들려주기를 권한다.
디킨스는 예수(목소리배우 오스카 아이작)야말로 진정한 “만왕의 왕(King of Kings)”이라 설명하며, 아들에게 예수의 기적과 사랑, 희생이 담긴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감독은 역사를 되짚어가기 위해 극작가 루이지 피란델로가 최초로 사용했던 ‘메타픽션’ 기법을 사용한다. 톰 스토파드가 극작에 즐겨 사용했던 ‘극중극’ 형식을 빌린 것이다. 예수의 신비로운 탄생부터 놀라운 기적과 부활, 끝없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현실 속 디킨스와 월터 그리고 월터의 애완 고양이 윌라는 2000년 전과 현실을 오가며 극중극 구성에 적극 참여한다. 월터가 예수와 소통하고 윌라를 안은 예수의 신은 이 형식을 감동적으로 차용하고 연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닷물 위에 서 있는 예수 신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베드로가 일순간의 의심을 믿음으로 바꾸자 그 역시 물 위를 걸어 예수에게 다가간다. 이 신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를 묘사하는 비주얼에K-애니메이션의 위상이 느껴졌다. 다수가 아는 이야기를 미디어로 풀어내는 데에는 세심한 표현과 노력이 기울어져야 한다. 고고학 권위자에게 고증을 받아 비주얼을 완성하고, 대사 역시 미국의 각본가롭 에드워드의 윤색 과정을 거쳤다.
기독교 콘텐츠는 본래 실패율이 낮다. 그런 만큼 객석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정해진 바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더더욱, 조심스럽게 교과서적 접근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럼에도, 장성호 감독은 시선을 달리한 부분이 있다. 원작에서 강조하는 도덕주의적 신성(神聖)보다 찰스 디킨스에 더 주목했다는 점이다.
디킨스가 영국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글을 못 읽는 대중들을 위해 낭독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아이들을 위해 이 작품 ‘우리 주님의 생애’ 낭독회를 열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을 위해 쓴 것이니 출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디킨스의 손자가 이를 어기고 출판을 했다. 감독은 대중을 위한 그의 사랑을 이 영화에 투영하고 싶었다고 했다. 윌라도 디킨스 가족이 실제로 키운 애완 고양이라서 등장시켰다는 감독의 부언이 있고 보니, 감독의 각별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잘담아진 콘텐츠로 여겨졌다.
처음부터 할리우드를 겨냥했던 영화 ‘킹 오브 킹스’는 부활절에 맞춰 4월 11일에 미국, 캐나다에서 개봉을 했다. 결과는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을 넘어설 만큼 대성공이어서 이번 국내개봉 역시 흥행일로를 달릴 듯하다. 필자의 시선으로는, 어린이는 물론 종교가 다른 일반인에게도 접근성을 확보한, 성경 이야기에 관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일시적 흥행성보다는 스테디셀러의 기운이 더 강해 보인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