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모사한 나노 구조로 복제 불가능한 광학 보안 기술 개발
GIST-KAIST 공동연구팀 성과
준질서 구조로 고유 패턴 구현
의약품 등 실물 적용 실증 완료
2025년 07월 22일(화) 10:02
(좌) 자연계의 준질서형 구조에 의한 구조색과 (우) 이를 모방하여 본 연구에서 제작한 광 보안 소자. GIST 제공
자연의 구조색에서 착안한 나노 광학 기술을 통해 복제가 불가능한 고차원 보안 인증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22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정현호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송영민 교수 공동연구팀이 자연의 나노 구조를 모사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광학 지문 기반 보안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금속 거울 위에 유전체(HfO₂)를 증착한 뒤, 그 위에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금 나노입자를 정전기적 방식으로 자가 조립해 준질서 구조의 플라즈모닉 메타표면을 형성한 것이다. 육안상 균일한 반사색을 띠지만, 고배율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영역마다 고유한 무작위 산란 패턴이 나타나는 ‘광학 지문’이 생성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구조색을 유지하면서도 외형은 동일해 보이지만 내부 정보는 절대 복제할 수 없는 보안 소자를 구현했으며, 이를 ID 카드, QR 코드, 의약품·전자제품 등 다양한 실물 제품에 적용해도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위조 방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보안 수단인 QR 코드나 바코드는 복제가 쉽고, 제품마다 고유한 정보 부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반해 이번 기술은 자연계 나비 날개, 새 깃털 등에서 나타나는 ‘준질서’ 나노 구조를 활용해 무작위성과 고유성을 모두 갖춘 물리적 복제 불가 함수(PUF) 기반 인증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실제 보안 소자를 500개 이상 제작해 PUF 키를 생성한 결과, 이상적인 균형 상태에 가까운 비트 값 분포(평균 0.501)와 해밍 거리(평균 0.494)를 기록했으며, 고온·고습·마찰 등 극한 환경에서도 산란 패턴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높은 내구성도 입증됐다.

또한 소자 구조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이지만 정보 단위는 나노미터로 구성돼, 전 세계 인구 수를 초과하는 고유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며, 임의 복제 시 소요 시간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정현호 GIST 교수는 “자연의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구조를 나노 기술로 재현함으로써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 광학 정보를 구현했다”며 “정품 인증, 보안 식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성이 크다”고 밝혔다. 송영민 KAIST 교수도 “기존 보안 라벨의 단점을 극복한 이번 기술은 보안 인증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 연구개발특구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GIST-MIT AI국제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8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