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창·김남철>다시, 고교학점제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한다
김남철 전남교육연구소 운영위원장
2025년 07월 27일(일) 17:49 |
![]() 김남철 전남교육연구소 운영위원장 |
원래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참여형 수업을 늘리면서 수준별, 희망진로별 공부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은 적성·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학습할 수 있고, 교원은 수업·평가에서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다 폭넓게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추진되었다.
사실 고교학점제는 영역·단계별 선택이 가능한 학점 기반 교육과정이다. 학교는 졸업에 필요한 총 이수학점과 필수 이수학점을 학생들에게 제시해야 하고, 학생들은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 중에서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다른 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면 다른 학교로 이동해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계획이었다.
고교학점제에서 성적을 매길 때 어떤 평가체제를 적용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상대평가는 학업성과를 다른 학생과 비교해 평가하는 방식이고, 절대평가는 일정 기준을 중심으로 개별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교 내신은 A~E까지 5단계 성취도(절대평가)와 석차 9등급제의 상대평가가 함께 사용되고 있으나, 대입에서는 상대평가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절대평가 체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교사별 평가·과정 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성취평가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현재 출석 일수를 기준으로 학년 진급이나 졸업이 이뤄지나 고교학점제는 이수학점을 기준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무엇보다 전면 시행되고 있는 2025년,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가득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때부터 교원단체와 교사들은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교육여건 조성, 내신평가, 대입제도 정비, 도농 격차 심화 등 학교 현장의 혼란으로 학습 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한 고교학점제로 개설 과목이 늘어나면 교사의 수업과 평가 관련 부담도 당연히 늘어나게 되고, 또 담임교사의 경우 진로상담부터 선택과목 설계, 학업 관리 등으로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다양한 선택과목이 개설되고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하기 때문에 교실도 확충되어야 하는데도 제대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다양한 수업을 위한 교과별 교실, 진로활동실, 자율학습실, 진로·학업 상담 등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지역마다 여건은 판이하게 달라 교육시설이 미비한 상태다.
그리고 상대평가의 고교학점제가 운영되면서 각 과목별로 유불리 편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수강 인원이 적어질수록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지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은 수강 신청을 기피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보다 유리한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다반사다. 또 현 대입제도에서 고교학점제는 국어·수학 등 입시에 유리한 주요 과목으로 편중되었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도농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농산어촌 학교의 경우 교사나 교실이 부족하여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데 한계가 있어 학생들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이미 학령인구 감소로 농산어촌 고등학교는 정상적인 교육과정마저 운영하기 힘든 상태이다. 교사 정원이 확보되지 않아 고교학점제는 무력화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교육부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과 약속을 했다. 교육부는 농산어촌 학교들에는 순회교사제를 도입하거나 지역 내 교사 간 협업 강화 등을 추진하고 해당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과정 개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시·도 교육청 고교학점제 지원단을 통해 지역 내 학교 간 교육 격차 완화를 위한 다양한 개선 과제를 발굴·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해결가능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사이 고교학점제는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혼란과 황폐화를 야기하고 있다. 전교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고교학점제는 땜질식 제도 개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학교 현장의 외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실에 맞지 않은 교육정책, 취지와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는 교육정책으로 미래 세대인 학생들만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발상 전환으로 고교학점제는 폐지하고 교육 공공재의 역할과 입시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으로 공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고교학점제는 전면 폐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