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성료
모차르트 최고 희극 오페라
광주예술의전당 전석 매진
2025년 07월 30일(수) 16:17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지난 25일과 26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장면.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린 모차르트의 명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예매 개시 후 불과 10분 만에 좌석이 모두 판매되며 공연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이번 작품은, 고전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구성되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전했다.

이번 작품은 18세기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쓰고 모차르트가 작곡한 걸작이다. 계층 간 갈등과 인간 심리를 유쾌하게 꼬집은 이 작품은 1786년 초연 당시에도 귀족 사회를 향한 풍자로 큰 인기를 끌며 오페라 부파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광주 무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결혼을 앞둔 하인 피가로와 그의 약혼녀 수잔나,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으려는 알마비바 백작의 음모와 반전이 빠르게 펼쳐지며 관객을 단숨에 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모차르트의 섬세하고 감정 깊은 음악을 타고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김어진 연출은 무대는 소극장의 제약을 오히려 장점으로 삼았다. 복층 구조의 세트는 좁은 옷방과 화려한 응접실, 은밀한 정원까지 유기적으로 전환되며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케루비노가 창을 넘어 달아나는 장면처럼, 익살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순간들은 섬세한 연출로 완성도를 더했다. 시선의 흐름과 감정의 고조를 동시에 잡아낸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의 리듬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게 했다.

오페라 지휘의 명장, 김덕기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력도 단연 돋보였다. 그는 (사)카메라타전남 오케스트라와의 정교한 호흡 속에서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한 선율과 섬세한 감정선을 절묘하게 조율해냈다. 각 장면의 흐름과 정서를 치밀하게 직조하며, 솔리스트와 앙상블 간의 호흡을 섬세하게 엮어냈고, 관객이 자연스럽게 음악의 결을 따라 극 속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유려한 리듬을 설계했다. 그의 지휘 아래 울려 퍼진 사운드는 무대를 단단히 떠받치며, 이야기의 정서와 감동을 더욱 깊이 있게 확장시켰다.

캐스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6일 무대에 오른 박성훈(피가로 역), 장지애(수잔나 역), 박수연(백작부인 역)은 안정된 발성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극의 중심을 탄탄히 이끌며 관객의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무대의 감정선이 가장 아름답게 흐른 순간 중 하나는 단연 3막의 이중창 ‘부드러운 산들바람에’였다.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은밀한 편지를 써내려가는 장면, 그 속삭이듯 교차되는 음성은 마치 달빛을 타고 흐르는 작은 서간처럼 부드럽고 정교했다. 조용히 스며든 조명 아래 두 사람의 눈빛은 작지만 단단한 연대와 결심을 담고 있었고, 객석은 숨을 죽인 채 그 고요한 감동에 귀를 기울였다.

이어진 4막, 피가로의 아리아 ‘눈을 좀 크게 뜨시오’에서는 분위기가 단숨에 전환됐다. 세상의 위선에 대한 통쾌한 일침과 남성의 억울함을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 아리아는 빠른 템포와 과장된 몸짓, 날카로운 풍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극의 활력을 이끄는 이 장면은 무대 위의 유머와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만나는 찰나였다.

공연을 관람한 강혜자(55)씨는 “노래는 이탈리아어였지만 대사가 한국어로 진행돼 내용 이해가 쉬웠고, 지역적 유머가 더해져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며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가웠다”고 전했다.

최철 예술감독은 “고전 오페라가 품고 있는 진정성과 유쾌함을 오늘날의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깊이와 대중성을 아우르는 무대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앞으로도 클래식 오페라의 감동을 보다 친근하게 전달하며, 지역 공연예술의 품격을 높이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오는 8월 29일과 30일에는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달빛동맹 교류공연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