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드는 선거문화 정착, 국민이 나설때 정치개혁"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ted
"돈 안드는 선거문화 정착, 국민이 나설때 정치개혁"
■ 로렌스 레시그 교수-미국의 정치개혁 시급한 이유
돈-정치 연결고리 끊어야
슈퍼팩 없애 투명정치를
선거 부작용 개선 앞장
  • 입력 : 2014. 06.09(월) 00:00
미국에서 '슈퍼팩' 등 돈선거 주범을 없애자는 취지의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는 로렌스 레시그(왼쪽) 교수. 정치개혁 지지자들이 뉴헴프셔주를 도보로 종주하고 있다(가운데). 지난 1999년 재정개혁을 외치며 LA~워싱턴까지 걸었던 'D할머니'로 알려진 도리스 해덕 할머니. TED닷컴 제공
전국을 달궜던 6ㆍ4 지방선거가 끝났다. 일부 부작용도 있었지만 과거보다 한걸음 개선된 선거였음은 분명하다. 바람직한 일이다. 미국 역시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간 선거의 후유증을 개선해보자는 정치개혁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사회운동가인 로렌스 레시그 교수도 있다. 그는 올해 초 TED 에 나와 미국의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돈과 정치와의 연결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룡 슈퍼팩의 위용과 현주소

"미국인의 96%는 '정치부패가 심하다'고 말합니다. 그 중 91%가 '그러나 그 부패는 어쩔 수없는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96%와 91%의 이 차이는 뭘까요. 이게 바로 미국의 정치개혁이 안되는 이유이자 정치에 무관심한 미국인들의 현주소입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사회운동가인 로렌스 레시그(54) 교수는 "유권자의 깨어있는 의식이 있어야 혼탁한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다"며 "돈과 관련된 선거문화를 바꾸는 데 국민 모두가 동참할 때 비로소 정치개혁이 이뤄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명문대 교수인 그가 왜 정치개혁을 부르짖을까.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수치라는 슈퍼팩(Super PAC)의 부작용을 목격한 후부터다. 본래 미국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자금 액수가 제한돼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후보와 정당, 일반 팩(PACㆍPolitical Action Committeeㆍ정치행동위원회)에 기부를 하려면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엄격한 규제에 따라야 한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대법원 판결로 '슈퍼 팩(super PACㆍ슈퍼 정치행동위원회)'이 등장했다. 일반 팩과는 달리 천문학적인 자금을 까다로운 규제없이 조달할 수 있는 우회로를 열어준 셈이다.

슈퍼팩의 위용은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당초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세론을 타고 유리한 구도를 선점 했으나 느닷없이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콜로라도 경선에서 롬니 후보를 꺾으면서 파란을 일으킨 것. 라스베가스의 유태계 카지노 거물이 깅리치에게 1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깅리치 캠프는 이 실탄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롬니를 공격하는 광고전을 벌여 승리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슈퍼팩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경멸했으나 공화당 후보들의 슈퍼팩의 자금력으로 오바마 비방 TV 광고로 융단폭격을 퍼붓자 결국 굴복했다.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말았다. 미국 정치판에서 후보가 지지세력의 지지를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유권자의 힘ㆍ열정 '불가능은 없다'

위 사례와 같은 금권정치의 폐해를 목격한 미국 유권자들은 일제히 정치개혁을 외쳤다. 돈이 정치인을 좌우하고 결국 미국 정치를 후퇴시킨다는 우려에서다.

레시그 교수는 그동안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지 두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첫 사례로 지난 1994년 6월, 인텔의 칩 오류에 관한 얘기를 들려줬다. 인텔은 당시 자신들의 펜티엄 칩 중요 부분에 결함이 있다고 발표했다. "중간지수를 계산하기 위한 코드에 오류가 생겼다. 그 오류가 발생할 확률은 3600억분의 1이다. 즉 평균적인 회계프로그램이 2만7000년에 한번 틀릴 수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즉각 분노했다. 결함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일었다. 결국 인텔은 4억7500만달러를 들여 결함을 고쳤다. 전세계인들의 요구에 3600억 번에 한번 일어날 문제를 해결했다.

두번째는 지난 1999년 1월에 있었던 'D 할머니' 이야기다. 도리스 해덕(당시 88세) 이라는 할머니는 LA에서 워싱턴까지 3200마일을 18개월 동안 가슴에 '재정개혁 캠페인' 띠를 달고 걸었다. 캠페인 소식이 알려지자 할머니와 함께 걷기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국회의원들도 그를 맞이하러 나오기도 했다. 한 명의 힘이 재정개혁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는 데 일조했다.

레시그 교수는 유권자의 열광, 흥분, 공동체로부터 나오는 거대한 힘이 모아지면 불가능이 없음을 깨달았다. 레시그 교수도 올해 초 뉴헴프셔주에서 185마일을 걸으며 정치개혁을 외쳤다. 순식간에 200여 명이 동참했다. 그는 내년에도 이 행진을 이어간다. 1000명이 각기 다른 지역에서 출발해 뉴헴프셔 콘코드 시에 모일 예정이다.

그는 내친김에 슈퍼팩 없애기 운동에도 나섰다. 금권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다. 오는 11월 개혁에 찬성하는 하원의원 218명과 상원의원 60명과 함께 기념식을 갖겠다는 포부다.

그는 독일의 시인 니뮬러의 시를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나치는 공산당을 숙청했다/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치개혁은 일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공통현안인가 보다. 이번 6ㆍ4 지방선거에서 돈을 건네려다 적발된 사례가 있긴 했지만 금권선거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한다. 이제 당선인들은 어떻게 지역민을 위한 따뜻한 정치를 펼 것인지, 거창한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정리=박간재 기자
ted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