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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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 빌게이츠-멀린다게이츠 부부 '기부천사로 살아가기'
1997년 남아공 약혼여행
가난한 사람들 목격 충격
자선기부재단 세워 활동
여성ㆍ아이들 돕는데 앞장
  • 입력 : 2014. 06.23(월) 00:00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전 회장과 부인인 멀린다 게이츠가 TED 강연에서 기부문화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1997년 아프리카 남아공으로 약혼여행을 간 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을 보고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왼쪽). 아프리카에서 만난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멀린다 게이츠. TED 닷컴 제공
누군가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우기 돈을 모아 기부한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대동의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후진국보다 선진국 기부문화가 더 확산돼 있다. 이들은 가난한 나라의 문맹퇴치, 아이들, 열악한 환경의 임산부들을 돕기 위한 기부대열에 기꺼이 나서고 있다. 올해 초 TED에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58)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과 그의 부인이자 빌 앤드 멀린다게이츠 재단 공동의장인 멀린다 게이츠(51)가 함께 출연해 기부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과 철학을 들려줬다.

●가난한 지구촌 돕기 기부 앞장

게이츠 부부는 1997년 세계 최대 자선기관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아프리카와 인도 등 전세계를 무대로 말라리아, 에이즈 등을 비롯해 빈곤퇴치사업을 하고 있다. 재단 운용자산만 40조원이 넘는다.

이들이 기부에 눈을 뜬 것은 아프리카 약혼여행을 떠나면서부터다. 1997년 남아공 소웨토 지역에 갔을 때 전기, 수도, 화장실, 도로가 없는 곳에서 죽어가는 '죽음의 행렬'을 목격했다. 빌은 기술 혁신만으로 빈곤해결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결혼을 약속한 뒤 아프리카로 약혼여행을 갔습니다. 동물을 보러간 거죠. 거기 사는 사람들을 보고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소웨토 방문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게 해줬죠. 가난 통계는 봤지만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60세 넘어 자선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서둘렀습니다."

멀린다가 또 한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서있는 아프리카 임산부들이다. "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니 '제 스스로 피임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하더군요.아프리카 여성들은 그저 임신과 피임을 남성들에게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피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기금모금에 들어갔다.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만명의 여성이 조산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가족계획을 하고 싶어도 피임을 모르는 여성이 2억2000만명에 이른다. 멀린다 게이츠가 런던 서밋에서 2020년까지 43억 달러를 투입해 1억 2000만명의 여성들에게 가족계획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한 이유다.

멀린다는 5세 이하 영아사망률 낮추기 사업도 시작했다. 그 결과 2000만명의 영아사망률이 600만명으로 급감했다. 여기에는 백신의 역할이 컸다.

●"최빈국 산아제한" 6500억원 기부

멀린다 공동의장은 올해 초 최빈국 여성의 산아제한에 5억6000만 달러(6500억원)를 기부했다. 멀린다 의장은 영국 정부, 유엔인구기금(UNEPA)과 공동주최한 '런던 가족계획 서밋'에서 이 계획을 공개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멀린다가 낙태, 피임을 반대하는 가톨릭 교리에 반하는 모험을 감행한 셈이다.

멀린다 의장은 영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이 결정을 놓고 고심했다. 가톨릭 신자로서 경이로운 종교적 가르침을 믿지만 여성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을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 아이들이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피임방법을 논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고 기부 결심 배경을 밝혔다.

이후 멀린다는 가톨릭 단체로부터 비난을, 일부 신자들로부터는 지지를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는 가톨릭 신자 82%가 산아제한을 도덕적으로 용인합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여성들도 그들 스스로 피임을 결정하도록 해야 했죠."

이들의 활동에 감동한 미국 부자들도 기부행렬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람이 워렌 버핏이다. 그는 30조원을 조건없이 빌 앤 멀린다 재단에 쾌척했다. 힘을 얻은 멀린다는 미국 억만장자를 상대로 50% 기부운동에 나섰다. 지금도 많은 부자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멀린다 게이츠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4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중 3위에 뽑혔다. 1위는 메르켈 독일 총리, 2위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기부문화가 점차 늘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바람직한 현상이다. 가수 김장훈, 방송인 김제동도 기부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김장훈이 방송에 나와 김제동에게 '기부 배틀 한번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의한 적이 있다. 물론 김제동이 거절 했지만. 이유는 "형 처럼 몰래 할 자신은 없고 난 기부했다는 말이 언론에 한 줄이라도 나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이제 주변을 살펴보고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주머니 속 돈만 채우지 말고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정리=박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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