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양조장 살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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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역 양조장 살려야 하는 이유
  • 입력 : 2014. 07.01(화) 00:00

막걸리 심사를 다녀왔다. 얼마전 뜬금없이 전남도 식품유통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에 심사위원을 맡아달라는 거다. 요즘 전통주 관련 시리즈를 쓰면서 일약 '막걸리 전문가'로 자리매김했지 않느냐고 덧붙인다. 이 양반 참 사람 보는 눈 보통이 아니네. 담당자 말인 즉슨 농식품부가 전남지역 양조장 중 최소 1곳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전남 양조장 6곳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4곳을 선정해야 한다. 4곳을 선정해 보고하면 농식품부와 aT의 실사를 거친 뒤 최종 1곳을 선정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전남 6곳 중 4곳을 선정하는 예선을 맡아 달라는 거였다.

전문가인 교수 2명과 필자가 아침 일찍 뭉쳤다. 6곳의 양조장을 살펴보니 전남 지역별로 흩어져 있다. 담양(추성고을), 영광(대마 주조장), 진도(대대로영농조합), 해남(해창 주조장ㆍ옥천 주조장), 강진(병영주조장)이다. 담양에서 진도로 갔다 다시 해남으로 올라온 뒤 강진으로 넘어가야 했다. 3명의 심사위원이 평가하려면 해가 떨어져도 다 할지 모른다며 서둘러 출발했다.

사실 필자는 술을 잘 못마신다. 그래도 전남지역 웬만한 양조장 술맛을 평가하는 데는 자신있다. 지난 4월 2일부터 매주 수요일자 '지역 전통주, 세계 명주로 빚자'라는 시리즈를 쓰고 있어서다. 덕분에 전남의 명품 막걸리와 전통주 맛은 거의 다 봤다. 적어도 어느 동네 양조장 술맛이 좋더라고 귀띔은 해줄 수있다.

심사항목은 △신청업체의 역사성 △주인의 사업 의지 △계획의 구체성 △지역 관광과 연계성 △기대효과 등을 평가했다. 전반적인 사항을 점수로 체크한 뒤 종합의견을 매기도록 했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박근혜 정부 최대 화두인 '창조'와 관련이 있다.

현정부 들어 창조경제를 위한 이종 산업간 융합을 도모하고 있다. 생산과 제조 그리고 서비스가 융합된 '농촌형 복합 문화 서비스'라는 6차 산업이 그것. 먹거리를 비롯해 농촌에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농식품부는 6차산업의 첫 단추를 옛 추억이 서린 '근대 양조장 문화'의 복원을 위해 '찾아가는 양조장'사업으로 시작했다.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한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과 충북 단양 대강양조장이 선정됐다. 대강양조장 막걸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던 막걸리이기도 하다. 농식품부는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을 최소 8곳 이상으로 늘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 술맛을 보거나 술빚기 체험 등을 장려할 계획이다. 막걸리의 대중화에 기여하자는 의미다.

전남도내 '전통주 제조업체 현황(2012년 기준'에 따르면 전남도내 전통술 면허업체는 135개소(막걸리 111ㆍ전통주 24)다. 이 중 가동업체는 117개소(막걸리 96ㆍ전통술 21)로 전국 868개소의 11%를 차지한다.

117개소에서 연간 3만2856톤(막걸리 3만156ㆍ전통술 27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매출 336억원(막걸리 259억ㆍ전통주 77억)을 올리고 있다. 업체당 평균 2억9000만원 꼴이다. 전남도 역시 전통술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차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술품질 인증술이 지난해 9개에서 올해 30개, 2015년에는 50개 제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해가 지고도 한참이 지난 뒤 겨우 심사를 마쳤다. 6곳의 양조장은 철저한 자기만의 색깔로 막걸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장인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조만간 농식품부에서 최종 심사결과가 나온다. 선정 된다면 아마도 전남지역 최초의 '찾아가는 양조장'이 될 터다. 전남도는 물론 자치단체와 지역민 모두가 합심해 양조장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양조장 대표들 역시 '찾아가는'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즐기는 '찾아오는' 양조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 바란다.


박간재 경제부장 kj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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