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南道에 보낸 '깜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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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시진핑이 南道에 보낸 '깜짝 선물'
이 건 상 편집국장
  • 입력 : 2014. 07.07(월) 00:00
상하이는 생각보다 가깝다. 무안공항서 50분 걸린다. 그러다보니 국제선 기내식도 없다. 음료수 한 잔에 쇼핑책 뒤적이면 푸동 국제공항이다. 목포항에서 상하이까지 671㎞다. 군산(790㎞), 인천(917㎞)보다 짧다. 배편으로 대략 16시간 남짓이다. 상하이 인구는 2415만명이다. 매년 증가세다.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은 '중국도시 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상하이 주변 창장(長江) 삼각주에 2억명 규모의 메갈로폴리스가 구축되리라 내다봤다.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2~4시간 거리인 장쑤성 난징, 저장성 항저우, 안후이 성 허페이 시 등 40개 도시가 거대한 띠처럼 묶이게 된다. 이는 광주ㆍ전남에서 불과 반나절 거리에 수억 명의 거대 소비도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거대 시장이 바로 옆집인데, 광주ㆍ전남은 별 재미를 못보는 눈치다. 상하이 뱃길은 끊긴지 오래고, 중국 항공편은 상하이, 베이징 2개 노선 뿐이다. 광주에 중국총영사관이 있지만, 문화플랫폼 보다는 비자 창구에 그치고 있다. 중국관광객을 보면 더욱 빈약하다. 지난해 한국 방문 중국인은 430만명(3조8천억원)인데, 대부분 서울, 제주도를 찾는다. 부산에 78만1천명(18%)쯤 간다.광주ㆍ전남은 어떨까. 16만 명(4%)온다고 한다. 하루에 500명 꼴인데 글쎄, 중국인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남도의 미래는 중국이라고 10년 넘게 노래를 불렀지만….

이런 와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막힌 '선물'을 광주ㆍ전남에 선사했다. 국빈방문한 시 주석은 지난 4일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수천년을 이어 온 10명의 '한ㆍ중 우호 역사인물'을 열거했다. 인민일보는 5일자에 강연 전문을 게재하는 등 전 중국매체들이 대서특필했다. '10대 중ㆍ한 우호인물'은 서복, 김교각, 최치원, 공소, 진린, 등자룡, 허균, 김구, 정율성, 전남제일고(옛 목포상고) 등이다. 이들의 역사시간은 진 시황제 불로초(서복)에서 지난 2008년까지 2200년을 관통한다.

우호인물이 눈에 확 띄는 건 남도와 인연 때문이다. 우호인사 절반이 광주ㆍ전남과 맞닿아 있다. 진린은 임진왜란에 참전한 수군 도독으로 그 후손이 해남에서 '한국 광동 진씨'가 됐으며, 등자룡은 노량해전 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우다 전사했다. 두 장군의 유해는 당시 수군 본영이던 완도 고금도에 안치됐다. 정조는 등 장군을 관양묘(현 충무사 전신)에 배향하고 친히 제문을 지었다. 임진왜란의 두 명장은 고금도에 한 동안 가묘로 같이 누워 있었다.

정율성 선생은 화순이 고향으로 광주에서 태어나 1933년 중국으로 건너 간 항일음악전사다. 1938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있던 옌안에서 중국 100대 국민가요인 '연안송'을 창작한데 이어 39년에는 팔로군행진곡(현재의 인민해방군 군가)을 작곡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그를 '신 중국 창건 100대 영웅'으로 선정한데 이어 헤이룽장 성 하얼빈 시에 국가 기념시설인 '정율성 기념관'을 건립했다. 올해가 탄생 100주년이다. 정율성이 옌안에서 활동하던 시기, 그의 부인 딩쉬에숭(鄭雪松) 여사는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이 서기로 활동했던 섬감녕변구에서 고위간부로 일한 경력이 있다.

시 주석이 수많은 사람을 제쳐두고 전남제일고를 언급한 건 의미심장하다. 2008년 6월 쓰촨성 대지진 당시 전남제일고 학생과 동문들은 227만6300원을 모금해 베이촨 고교에 보냈다. 그 때 충남과 제주, 서울 등 전국 지자체와 한류스타들이 앞다퉈 모금운동을 했는데, 왜 시 주석은 유독 전남제일고만을 기억해냈을까.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중국 제일부인(영부인)은 방한 중 심야에 동대문 쇼핑센터에 들러 담양약과를 구입했다. 그녀는 "한국 약과를 사가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담양 한과가 맛있었던지 다음날 비서를 보내 3봉지나 더 샀단다.

시 주석은 어쩌면 중국인들에게 임진왜란 때 혈맹의 땅인 전남, 중국 혁명의 웅혼한 기상을 노래한 정율성의 땅 광주를 꼭 가보라고, 그리고 그 곳에서 정말 맛있는 전라도 푸드를 먹어보라고 권했는 지 모른다. 13억 중국인을 사로잡을 문화관광콘텐츠를 꼭집어서 말이다. 그는 또 전남제일고를 통해, 한국의 미래세대들이 중국학생과 손을 잡고 미래로 성큼성큼 나아 가기를 희망했다.

2018년이면 중국인 1000만 명이 한국에 온다. 쓰는 돈이 자그마치 8조원이다. 남도에 10%만 찾아도 8000억원 관광수입이다. 시 주석의 이 값진 선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민선6기 윤장현, 이낙연 시ㆍ도지사의 '중국 콘텐츠'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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