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 아이들 동영상 방영… 분노와 눈물바다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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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천진난만 아이들 동영상 방영… 분노와 눈물바다 법정
세월호 재판 광주지법 표정
왜 퇴선명령을 안했나 선장에 직접 묻고싶다
상황 정확히 밝혀달라 유가족들 격렬히 항의
  • 입력 : 2014. 07.09(수) 00:00
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의 한 부모가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에게 \'진실을 말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취재진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공국진 기자
'세월호' 선장과 선원 15명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린 8일 희생자 가족들의 눈에는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세월호가 시시각각 기울어지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대화가 고스란히 녹화된 숨진 단원고 학생의 동영상 시청은 법정 안 모두를 분노와 슬픔에 젖어들게 했다.

이날 오전 9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진행된 법정 안은 희생자 가족 40여 명을 비롯해 변호인, 취재진, 일반인 방청객 등 70여 명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했다. 무거운 적막감도 흘렀다.

검찰의 증거조사가 중점인 이날 심리에서는 실제 크기의 150분의 1로 축소해 제작한 '세월호' 모형을 토대로 선박의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검찰의 설명이 우선 진행됐다. 이를 통해 방청객들은 각층의 구조와 선장, 선원,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 승객 등이 머무는 선실을 세세히 알 수 있었다.

이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15분까지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해경(123정ㆍ헬기 511호)과 전남어업지도선(201호)이 촬영한 급박했던 구조상황을 녹화한 동영상 시청이 이어졌다. 희생자 가족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시청했지만, 재판이 휴정할 때면 어김없이 울분을 토해냈다.

한 유가족은 "법대로 해서 우리 아이들이 다 죽었다"면서 "왜 선장은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 꼭 직접 묻고 싶다. 동영상을 통해 증거가 나왔으니 재판을 중단하고 승무원들을 수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 진상 규명을 하려면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과학적으로 밝혀야 하는데 재판을 하지 말라는 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특히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판사, 검사, 변호사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유족들을 달랬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준석 선장 그리고 선원 여러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실 그대로 그때 그 상황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아직도 영원히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이들 엄마 아빠'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색 종이를 피고인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울분을 꾹 참고 억눌렀던 유가족의 분노는 이날 오후 3시30분 숨진 단원고 학생이 촬영한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결국 격하게 표출됐다. 심지어 재판장이 검사 측과 피고인 측 변호인을 잠시 법정 밖으로 불러낼 때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고성을 지르며 "마지막까지 동영상을 틀어 달라"고 격하게 항의해 5분가량 심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동영상 중간 중간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나 정말 죽는 거야'라고 친구들과 대화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부모들의 눈에는 어김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또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이 거듭 나올 때마다 유가족들의 한숨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공국진 기자 gjg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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