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 두 동강 낸 익산청 성과주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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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 두 동강 낸 익산청 성과주의 행정
나주혁신도시 1000억원 예산 우회도로 건설
5억 아끼려고 마을길 끊어 "주민 무시한 공사"
시속 80㎞ 도로 지나려고 경운기 곡예운전도
  • 입력 : 2014. 07.09(수) 00:00
나주혁신도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설 중인 1000억원 짜리 도로 때문에 혁신도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노약자와 농민들이 수십여년 동안 이용하는 도로가 무용지물이 됐다. 문제는 주민들이 제한속도 80㎞인 국도에서 경운기를 몰고 다녀야 하고 인도 또한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기존 도로가 끊기면서 마을도 사실상 두동강 난 상태다. 당국이 1000억원이 넘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예산을 절감하려는 '성과주의'에 매몰돼 주민들의 편의는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8일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나주시 다시면 주민들에 따르면 1076억원을 들여 나주시 다시면 월태리~왕곡면 장산리를 연결하는 혁신도시 우회도로(국도대체 우회도로)를 올해 말 완공할 계획이다. 혁신도시 우회도로는 총 구간은 8.9㎞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했고, 시공사는 H건설이 맡았다.

이 도로가 원주민들의 공분을 사게 된 것은 예산 절감을 위해 지난 2004년 나주시 다시면 구간에 대한 설계변경이 이뤄지면서부터다. 혁신도시 우회도로 다시면 구간은 1997년 실시 설계 당시 호남선 철도 복선화 공사가 이뤄지면서 철도 위로 통과하는 파선교(교량) 형태로 설계됐다. 그런데 2004년 다시면 교량구간에 추진 중인 호남선 철도가 고속전철로 바뀌면서 이 구간 우회도로의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교량 형태가 아니라 철도 아래로 길을 놓는 '철도하부 횡단도로'로 변경된 것이다.

당시 고속전철 전환으로 다시면 면도구간의 설계변경은 두 가지 방안이 있었다. 기존 설계방식인 교량으로 추진하되 고속전철 건설에 따른 각종 시설물을 피해 교량 높이를 2m 상향하는 방안과 고속전철 하부도로로 추진하는 방안이었다.

익산청은 이 가운데 11억5600만원 예산 절감을 거둘 수 있다며 하부도로 추진 방식을 택했다. 익산청이 교량을 2m 가량 높이면 5억원 가량의 예산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변경이 이뤄질 당시 정부는 정부 부처와 공기업에 예산절감 성과를 내라며 독려하고 있는 때이다.

익산청이 예산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을 택하면서 주민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나주시 다시면 면소재지와 원동리 등 동ㆍ남부지역 4개리 15개 마을을 연결하는 면도가 우회도로 개설공사로 지난 4월부터 끊기면서 이 도로를 이용하던 주민들은 제한속도 80㎞인 국도1호선을 우회해야 하는 실정. 일부 농민들은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들 틈에서 경운기를 몰아야 하는 형편이다. 원주민들이 자주 왕래하던 도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다시면도 두동강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이에 따라 다시면 주민들이 익산청을 상대로 사고위험이 없는 단거리 대체도로를 요구했다. 이에 익산청이 대체도로 개설에 나섰지만 기존 도로(면도)보다 거리가 두배이상 긴데다 노인과 농기계 등이 이동하기에는 안전상 문제가 많다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성수 기자ㆍ나주=조대봉 기자


면도(面道)

도로법에 따라 국도나 군도 등 상위 등급의 도로와 연결되는 읍, 면지역의 기간도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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