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뚝… 해외여행 '웃고' 수출기업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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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율 뚝… 해외여행 '웃고' 수출기업 '울고'
최근 1009원대까지 하락
휴가철 앞두고 환전 늘어
中企, 환율 10% 하락 때
순이익 2~3% ↓ '울상'
  • 입력 : 2014. 07.10(목) 00:00
광주은행 본점 1층에는 최근 환율하락으로 환전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고객이 광주은행 창구에서 환전하고 있다. 광주은행 제공
# 여행 마니아인 이혜정(29)씨는 다음 달 괌 여행을 앞두고 환전소를 찾았다. 최근 원화강세가 지속되자 환전해 자금을 마련했다. "뉴스를 보고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길래 일찌감치 환전하려고 왔습니다. 작년보다 환율이 많이 떨어져 소요 예산을 2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 김영준(58ㆍ가명)씨는 하남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해외 몇몇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는 등 알짜배기 기업이다. 하지만 환율하락으로 시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최근 환율하락으로 당장 수출자금이 대폭 줄어 황당하다. 환율하락 기간이 장기화 된다면 올 연말까지 사업계획을 재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6년만에 최저수준인 1009원대까지 떨어지고, 여름휴가 해외여행 시즌이 다가오자 광주은행 창구에는 환전을 하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반면 광주ㆍ전남 중소기업 등 지역 수출기업은 환율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광주은행의 하루평균 환전 금액은 17만 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갑작스런 환율하락으로 불과 10여일 만에 환전 금액이 23만 달러로 35% 이상 급증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여름 해외여행 시즌을 앞두고 때마침 환율이 떨어짐에 따라 환전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은행은 환전 성수기를 맞아 오는 9월 30일까지 '파워풀 환전 페스티벌' 행사를 연다. 이 기간 중 환전을 할 경우 최대 90%까지 환율우대를 해준다.

반면 광주 하남공단 등 수출업체들은 환율하락에 힘겨워 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조선, 전자부품, 영상ㆍ통신기기 등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긴 하지만 사업 전체로는 원ㆍ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때 순이익률이 2~3%포인트 하락한다. 최근의 원화강세는 하반기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평동공단에서 전자부품을 수출하는 A 업체의 경우 올해 환율을 1060원대로 예상하고 계획을 수립했으나 최근 환율 하락으로 5% 이상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사업 계획을 다시 세울 방침이다.

인근 하남산단 B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업체 역시 환율하락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B업체 뿐 아니라 C업체도 상대국에게 수출거래를 달러가 아닌 현지화폐로 거래할 것을 건의했지만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C업체 사장은 "예전에는 10달러 제품을 팔면 1만1000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달러당 1000원대에서 수금되고 있어 손해가 크다"며 "상대국에게 달러가 아닌 현지화폐로 거래할 것을 제의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재협상을 통해 계약서를 다시 써야하는 등 난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환율하락으로 수출업체들은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박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