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 소녀, 독창대회 은상 받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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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교 1등(?) 소녀, 독창대회 은상 받은 사연은…
진도 조도초 대마분교
유일한 학생 김미영 양
4월열린 전국음악경연서
성악 부문 참가 '은상'
  • 입력 : 2014. 07.10(목) 00:00
조도초등학교 대마분교의 유일한 학생인 2학년 김미영양이 제28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성악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조도초등학교 대마분교 제공
진도 조도초등학교 대마분교는 전교생이 1명이다. 학교의 유일한 학생인 2학년 김미영 양이 최근 '일'을 냈다. 지난 4월 광주예술고등학교에서 열린 제28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성악(독창) 부문에 참가해 당당히 은상을 받았다.

섬마을 소녀의 '대회 참가기'는 사연이 깊다.

조도초등학교 대마분교는 원래 전교생이 2명이었다. 미영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던 언니 김다솜(12) 양이 있었다. 그러나 다솜이가 지난 2월 서울로 전학을 가면서 미영이만 홀로 남게 됐다.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도 홀로남은 미영이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그것도 미영이 학교에서 불과 30분거리였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실력을 뽐낼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예정대로 경연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대회장까지 이동하는 게 문제였다. 원래 팽목항을 통해 광주로 가면 4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팽목항을 오가던 배가 운항을 중단하면서 목포항으로 나가야 했다. 팽목항까지는 2시간 거리지만, 목포항까지는 무려 10시간이 소요됐다. 미영이가 대회 이틀 전 광주로 출발한 이유였다.

미영이는 목포항으로 가는 배안에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미영이는 배 안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습한 노래 '이슬 열매'를 불렀다. 사람들 반응이 뜨거웠다. 느낌도 좋았다.

대회 날인 4월 19일, 경연대회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며 시작됐다. 개회식에 이어 심사위원이 발표됐는데 5명의 음악교수님들이 심사를 하고 수상 발표는 이날 밤 8시 이후 홈페이지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미영이 차례가 됐다. 미영이는 큰 무대에서 주눅이 들 법도 하지만 연습해 온 노래를 야무지게 잘 불렀다. 미영이는 노래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가려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팽목항을 통해 진도군 대마도 섬까지 가는 한림페리호가 운행을 하지 않아 다음날 목포에서 배를 타야 했다.

미영이가 입상 소식을 전해들은 건 그날 저녁. 바로 교장ㆍ교감선생님에게 이 소식을 전했더니 너무 좋아하셨고, 아버지와 할머니도 아주 기뻐하셨다. 미영이는 조도초등학교 대마분교에서 1명뿐인 학생이지만 홀로 대회에 나가 은상으로 입상한 것은 참으로 뜻밖의 성과였다.

조도초등학교 대마분교의 유일한 선생님인 김종훈 교사는 "이번 일은 누군가에겐 작은 일이지만 미영이에겐 큰 희망의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영이가 계속해서 동요를 사랑하고 동요를 통해 행복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흐뭇해했다.

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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